우리는 지금 타인의 고통을 관람하는 이상 기류 속에 살아간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손을 내밀기보다 휴대폰 카메라를 먼저 켜고, 현장의 비극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파하며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타인의 아픔이 디지털 화면 속 하나의 콘텐츠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비추는 거울이다. 위급한 순간에 행동하지 않고 방관자가 되어 주변을 서성이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어떠한 가치를 배우겠는가. '타인의 고통은 나와 상관없는 볼거리'라는 무감각함과 방관의 자세를 습득하게 될까 두렵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올바른 선택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식에서 삶으로 나아가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개념 기반 탐구 수업을 강조하며, 배움의 최종 목적지를 '삶으로의 전이'로 정의한다. 하지만 교실 안에서 배우는 안전수칙, 공감, 시민의식은 교과서 속 문장에 머물러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위기 상황 시 행동 요령이나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더라도, 정작 눈앞의 현실에서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심폐소생술(CPR) 압박 위치와 박자를 외우는 시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쓰러진 사람을 목격했을 때 지체 없이 무릎을 꿇고 가슴을 압박하는 행동이다. 재난 상황 시 대피 경로를 암기하는 것보다 필요한 것은 혼란 속에서도 어린이나 노약자 등 주변의 약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대피하는 실천이다. 학교 교육은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 모의 재난 훈련이나 지역사회 봉사와 같이 지식을 직접 행동으로 전환하는 실천적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행동하는 어른의 모델링 중요
아이들은 어른의 말이 아닌 행동의 뒷모습을 보며 사회를 학습한다. 빙판길에 넘어진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일으켜 세우는 모습, 길거리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즉시 119에 신고하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 일상 속 작은 불의나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어른의 실천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도덕 교과서보다 강력한 교육이 된다.
실제로 지하철 선로에 승객이 끼였을 때, 수십 명의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전동차를 밀어 생명을 구했던 사례는 백 마디 훈계보다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처럼 어른들이 '나 말고 누군가 하겠지'라는 방관자 효과의 틀을 깨고 나와 타인을 향한 책임감 있는 행동을 선제적으로 보여줄 때, 아이들 역시 위기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정의로운 선택을 내리는 용기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공감과 실천의 공동체를 향하여
기술과 매체가 발달할수록 타인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는 늘어나지만 역설적으로 직접적인 공감과 행동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제는 관조적 태도를 버리고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삶의 자세를 가르쳐야 할 때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정의롭고 따뜻한 선택을 실천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아라" "도움을 주어라"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현장에서 행동하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어른들의 실천이 모일 때 우리 아이들도 세상의 온도를 높이는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한 인간의 온전한 삶을 바로 세우는 거룩한 작업이다. 아이들이 훗날 타인의 슬픔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기보다 먼저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차가운 디지털 매체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고통에 다정히 반응하는 손길이야말로 세상을 여전히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온기가 될 것이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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