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내 19곳 산업유산 가운데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문화공간으로 꽃피운 모범 사례를 꼽으라면 문경의 산양정행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옛 양조장이 젊은 귀촌인들의 손을 거쳐 카페와 전시공간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산양정행소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어진 산양합동양조장은 해방 이후에도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경영난을 겪다 1998년 문을 닫으면서 한동안 방치됐다.
폐업한 양조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건축물의 역사적·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경북도 산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9년 문경시와 운영 주체인 리플레이스가 인구감소지역 공모사업을 통해 이 공간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에 나섰다.
마침내 2020년 '산양정행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면서 20여 년간 멈춰 있던 공간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행(征行)은 일·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에 가는 일을 뜻하며 문경으로 여행 온 사람들을 위한 안내소이며 쉼터다.
◆낡은 양조장, 과거와 현대를 잇는 공간으로
산양정행소의 가장 큰 매력은 옛 건물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모델링을 맡은 신진 건축가 박희찬 씨는 오래된 목조 기둥 가운데 썩은 밑동을 잘라내고 그 위에 새로운 목재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건물의 골격을 살렸다. 붕괴 위험이 있는 벽체에는 현대적인 건축기법과 새로운 소재를 더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옛 건물의 분위기는 최대한 유지했다.
특히 실내와 마당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과거의 양조장과 현대적인 카페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도록 했다. 해체 과정에서 나온 왕겨 단열재와 골재 등 기존 건축자재도 가능한 한 재활용했다. 이 과정에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귀촌 청년들의 아이디어도 적극 반영됐다.
이들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이름이 '산양정행소'다. 산양면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거장이자 카페와 문화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산양정행소는 2020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산업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내부 곳곳에 전시된 산양양조장 풍경
건물은 새롭게 단장됐지만 과거 산양양조장의 모습은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경의 대표적인 막걸리를 생산해내던 곳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 최종 순곡먹걸리 병에 술을 담는 과정을 축소해 재현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주조 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과거 양조장에서 사용했던 공간과 작업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도 전시돼 있다.
양조장 내부가 과거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건물은 주모실과 종국실, 사입실, 술 저장실, 작업실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통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기 위해서는 공정별로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고두밥을 식힌 뒤 누룩과 섞고, 이를 단지에 담아 물과 함께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술을 만들었다. 발효에는 5~6일가량이 걸렸다. 산양정행소에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막걸리 제조 과정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옛 양조장의 풍경을 보여주는 다양한 소품들도 눈길을 끈다. 건물 밖에는 술을 담았던 대형 제성 탱크가 전시돼 있고, 내부에는 생산된 막걸리를 실어 나르던 옛 자전거도 볼 수 있다. 당시 사용했던 전화기와 주류 배달 관련 소품 등도 만나볼 수 있어 단순한 카페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막걸리 한 잔'에서 문화와 관광으로
산양정행소 내부는 널찍한 카페 공간으로 꾸며졌다. 입구에는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상품을 판매하는 기념품점이 마련돼 있고, 야외에는 잔디밭과 테이블이 조성돼 있어 여행객들이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과거에는 막걸리를 빚던 공간이 이제는 커피와 지역 상품, 전시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장소로 변한 것이다.
산양정행소를 찾는 관광객 가운데는 특히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젊은 여행객들이 많다. SNS에 올라온 사진과 방문 후기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문경의 새로운 여행지로 알려지고 있다.
산양정행소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젊은 관광객들이 주로 많이 찾는다"며 "과거와 현대를 잇는 마법 같은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박근혜 직격…"대통령 자질 없던 사람, 박정희 후광으로 대통령"
김민석, 대법원장에 "조희대 씨…퇴학시켜달라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
국민 65% "개헌 논의?…李 대통령, '연임 안 한다' 먼저 밝혀야"
누군 50만원 받는데…추석 민생지원금, 우리 동네는 얼마?
국힘 진종오·조경태·권영진·서범수 '당원권 정지' 중징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