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높은 문화의 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서효봉 소설가

서효봉 소설가
서효봉 소설가

15년 전, 아이들 10명과 함께 중국 상해 어디쯤을 걷고 있었다. 기름 냄새와 하수구 비린내가 가득한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를 길가에 내놓고 앉아 부채질하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앞장서 가던 아이가 노인에게 상해임시정부 청사가 어디냐고 물었다. 고개를 저었다. 다섯 번째 실패였다. 지도를 펼쳐 지금 어디쯤인지 확인했다. 이상하다. 여기가 맞는데-에. 30분 넘게 그 주변을 맴돌았다. 한 녀석이 지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지도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그렇게 따져 묻던 자리가 상해임시정부 청사 입구였다. 아이들은 골목을 지나 붉은 벽돌 건물 입구로 우르르 들어갔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이어지는 좁은 공간들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그 서글픈 공간에서 '독립운동'이란 걸 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김구 선생의 집무실. 거기서 나는 가늠하기 힘든 고독을 느꼈다. '백범일지'에 남아 있는 그의 문장들이 생각났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낯선 땅에서 그는 두 아들에게 유서와 같은 글을 남겼다. 그 고독과 괴로움이 벽에 걸린 태극기 안에 찌든 것일까. 누렇게 바랜 태극기를 한참 들여다봤다.

그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품은 적이 있었다. 쓰고 싶다고 해서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상상하기 힘든 그래서 흉내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인간을 묘사하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립기념관도 그를 돌아보는 특별전을 열었다. 나도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백범일지'에 남긴 그 유명한 문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됐음을 증명하는데 이 문구를 여러 차례 많은 사람이 인용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K-푸드. K를 붙일 수 있는 분야들이 점점 늘고 있고, 나 또한 그게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가 말했던 '높은 문화의 힘'이 정말 전 세계를 휩쓰는 그 엄청난 영향력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어쩐지, 침략당했음에도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그 마음. 평화를 원하는 그 정신 속에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게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지 특별한 생각도 아니지만 왠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유네스코는 올해를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로 공식 지정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유시민 작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가 당선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왕정으로 가는 것이라며 비판하며,...
대구 중견건설사 ㈜태왕이앤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왕이앤씨는 채...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씨와 관련해 사촌동생이 서울 노원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중국 정부는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여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한 사실이 드러난 후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으며, 이는 허베이성 캉바오현에서 수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