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형주의 움직임에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온 코스피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오는 27일(국내시각) 오전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높은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매출은 승부는 수익성과 향후 전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품값 상승 국면에서 엔비디아가 75% 안팎의 총이익률을 지켜냈는지, 나아가 컨퍼런스콜에서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통해 인공지능(AI) 수요의 지속성을 확인해줄지가 국내 반도체주의 향방을 가를 관건으로 지목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최근 며칠간 급락과 급등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종목은 지난 19일 나란히 급락한 뒤 20일 폭등했다가 다시 미끄러지기를 반복했다. SK하이닉스는 19일 9.75% 급락한 뒤 40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공시에 20일 12.73% 폭등했고,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7.82% 하락했다가 9.49% 반등했다.
방향이 다시 꺾인 것은 지난 21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주주환원안이 계기였다. 기대했던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 빠진 것이 실망을 키웠다. 앞서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 소각으로 눈높이를 높여놓은 터라 '셀온(sell-on)'은 더 거셌다. 주말을 지나 첫 거래일인 24일 삼성전자는 8.70%, SK하이닉스는 3.41% 급락했다.
이런 출렁임은 지난 25일 장에서도 되풀이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각각 5%, 7% 가까이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만회했다. 삼성전자는 24만5000원까지 밀렸다가 보합인 25만70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0.42% 오른 16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의 막판 반등에 코스피도 0.68% 오른 6742.74에 마감했다. 지수의 방향이 온전히 반도체 대형주에 좌우된 하루였다.
이 반도체 대형주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가 엔비디아 실적이다. 엔비디아는 한국시간 27일 새벽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오전 6시부터 컨퍼런스콜을 연다.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눈높이는 이미 높게 형성돼 있다. 시장은 920억달러 안팎을 예상하는데, 이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가이던스 910억달러를 웃도는 데다 직전 1분기(816억달러)보다 15%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본격화한 이후 매분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내온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기대치는 무난히 채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성장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실적에서 확인할 핵심은 매출보다 수익성이다. 엔비디아의 1분기 총이익률은 74.9%로, 회사는 2분기 가이던스로 74.9%에 ±0.5%포인트를 제시했다. 총이익률이 75% 안팎을 지켜야 부품 가격 상승에도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주력 제품이 블랙웰에서 차세대 루빈으로 넘어가는 전환 초기라 수율이 낮아 원가 부담이 커졌고, 이 때문에 총이익률이 하락했을 수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의 관건은 컨센서스 상회 여부뿐 아니라 높은 총이익률을 유지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마진이 주목받는 건 부품값이 뛰고 있어서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핵심인 HBM과 서버용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용 D램 계약가격은 2분기 전 분기 대비 53~58% 오른 데 이어 3분기에도 13~18%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부담이 커지자 엔비디아는 결국 제품값 인상 카드를 꺼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서버 상당수의 가격을 15% 넘게 올리기로 했고 인상분은 내년 초 출하분부터 적용된다.
매출총이익률 75%에 이르는 엔비디아조차 부품값을 제품 가격에 전가했다는 건 그만큼 메모리 업체의 협상력이 세졌다는 의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호재로 해석된다. AI용 고성능 메모리는 기술 난도가 높고 품질 검증과 증설에 시간이 걸려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수록 HBM 양대 강자인 두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
실적 숫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이어지는 컨퍼런스콜이다. 엔비디아가 내놓을 3분기 가이던스와 주요 클라우드 고객사의 AI 인프라 투자 흐름, 베라 루빈의 공급 확대 속도에서 AI 수요의 지속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내년 이후 AI 자본지출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만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이목이 쏠린다. 그의 입에서 엔비디아의 대규모 AI 투자가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인이 나오면 반도체주 랠리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짜 승부처가 컨퍼런스콜인 이유는 베라 루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물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루빈 GPU 한 개에 최대 288GB, 72개 GPU로 구성된 베라 루빈 NVL72 한 대에는 20.7TB의 HBM4가 탑재된다. 루빈 출하가 늘수록 두 회사의 HBM4 공급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1분기 점유율 58%로 삼성전자·마이크론(각 21%)을 크게 앞서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루빈 세대에서 점유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
다만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엔비디아는 2023년 이후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지만 최근 네 개 분기 연속 실적 발표 뒤 주가가 하락하거나 횡보하는 셀온이 반복됐다. 기대가 이미 높아 전망치를 크게 웃돌지 못하면 이번에도 호재 속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오픈AI의 2분기 손실 확대로 AI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과잉 투자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돈을 대면 그 고객사가 그 자금으로 엔비디아 GPU를 되사는 이른바 '순환금융' 구조를 두고도 매출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 이후 AI 내러티브 변화가 이번 주 코스피를 움직일 핵심 변수"라며 "실적과 컨퍼런스콜에서 확인될 AI 수요가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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