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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글을 깨친 빛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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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두 달여 전, 가슴 뭉클한 경험을 했다. 시화(詩畫) 작품 심사였다. 의뢰가 왔을 때, 문외한(門外漢)이 타인의 문예(文藝)를 평가하는 게 부담스러워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문해(文解)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의 작품'이니 편하게 심사하면 된다고 했다. 한글을 뒤늦게 익힌 사람들이 지은 시를 감상하는 것도 소중한 기회가 아닐까. 결국 심사에 참여했다.

또 다른 '칠곡 할매 시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적중했다. 삐뚤빼뚤한 글씨에 투박한 표현과 소박한 문장. 짧은 어휘력으로 저렇게 어머어마한 얘기를 녹여내다니. 거기엔 기성 시인이 흉내 내기 어려운 녹진한 삶이 담겨 있었다. 딸로 태어나 겪어야 했던 설움, 파란만장을 담은 인생 서사(敍事), 글자를 몰라서 당했던 창피, 버스 안내양과 여공(女工) 시절의 고생담,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 부모님에 대한 애증(愛憎)…. 그렇게 그들의 삶이 내게로 왔다. 글이 익숙하지 않고 배움이 짧은 어르신들이 어떻게 이런 시를 지을 수 있을까. 칠팔십 버텨온 삶이 시를 건져낸 것이다. 시심(詩心)은 '가방끈'이 아니라 '가슴속'에서 나온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다. 칠곡 할매 시인 박금분 씨의 '시'를 봐도 그렇다. "가마이 보니까/ 시가 참 만타/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삐까리다."

지난 6월 서울에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公演)이 있었다. 칠곡 할매 시인들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우리 손주 책을 가져다/ 읽어 달라고 하니 무서워 죽겠다"는 가사처럼 글을 몰라 서러웠던 기억과 "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처럼 '여성'이라서 학교를 못 간 사연들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할머니들의 우정과 유쾌한 경상도 사투리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9월 8일은 '국제 문해의 날'이다. 1966년 유네스코(UNESCO)가 문맹 퇴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이날에는 두 개의 국제 문맹 퇴치 공로상 시상이 있다. '세종대왕 문해상'과 '공자 문해상'이다. 세종대왕 문해상은 한국 정부의 제안과 지원으로 1989년 제정됐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문맹 퇴치에 기여한 단체와 개인을 장려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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