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에는 통치자의 무모한 정책 개입이 빚어내는 파국을 경고하는 '혼돈의 죽음' 우화가 등장한다.
"남해의 왕은 '숙(儵)', 북해의 왕은 '홀(忽)', 중앙의 왕은 '혼돈(混沌)'이라고 한다. 혼돈은 종종 자신을 방문한 숙과 홀을 극진히 대접하였다. 이에 숙과 홀이 그 은덕에 보답하려고 '누구나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만 구멍이 없으니,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봅시다'라고 상의하고는 날마다 구멍을 하나씩 뚫었더니, 이레 만에 혼돈이 죽고 말았다."
위의 우화에는 '선의의 역설'이 드러나 있다. '선의'는 때로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매우 위험한 방패가 된다. 사익을 추구하는 악의는 쉽사리 견제받고 자신도 실행을 주저하지만, '타인을 위한다'는 도덕적 명분을 쥔 선의는 자기반성을 마비시킨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도취감은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열음을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진통'으로 왜곡하도록 만든다. 결국 도덕적 확신과 결합한 선의는 그 어떤 노골적 악의보다 더 빠르게 파국을 맞는다.
그리고 '획일화의 폭력성'이 드러나 있다. 이는 '내 기준'을 '우주의 표준'으로 착각하는 오만에서 연유한다. 숙과 홀은 '일곱 개의 구멍'을 모든 존재가 갖추어야 할 '완전함'으로 단정했다. 그들에게 혼돈은 '미완성체'에 불과했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존재 방식을 보편적 표준으로 확정하는 인지적 오만이다. 고유한 본성과 생태계를 인정하지 않고, 외부의 기준으로 표준화·규격화하려 든 순간 개혁은 폭력으로 변질된다.
또 성급함의 파국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자생적 질서를 짓밟은 '속도전과 피드백의 부재'이다. 이름 그대로 몹시 빠른 '숙(儵)'과 '홀(忽)'의 태도는 섣부른 개혁이 파국을 맞는 전형적 양상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레 동안 쉼 없이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었다. 여기서 실패를 부른 결정적 요인은 '관찰과 조정의 부재'이다. 자생적 질서가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고 적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일방통행식 개입'은 결국 대상을 회복 불능의 상태로 괴멸시킨다.
'한서(漢書)'에서 "자기 생각대로 천착하여 제 입맛에 맞는 한 부분만 취한다"라고 한 용례에서 보듯, '천착'은 대상의 본질과 전체적 맥락을 헤아리지 못한 채, 사견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부정적 행위이다. 대상의 생리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구멍을 뚫어 생명을 앗아간 숙과 홀의 행위야말로 원초적 '천착'이 아닐 수 없다.
종래로 정책 입안자에게서 숙과 홀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으니, 그들은 현실적 맥락을 도외시한 채 일단 여기저기 뚫어보자는 '천착'의 우(愚)를 범하곤 한다.
졸속으로 출발한 제도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과 왜곡을 부른다. 국정은 실험이 아니며, 국민의 삶은 섣부른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낡은 구조를 개선하고 제도를 혁신하는 일은 정책 입안자의 책무이다. 그러하기에 정책 입안자는 '자기 완결적 오만'에서 탈피해야 한다. 자신이 모든 해답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현장의 자율성과 자생적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사전 영향 평가'를 고도화하고 '정밀한 피드백 루프'를 제도화해야 한다. 정책 도입 전 다각적 시뮬레이션으로 잠재적 부작용을 예측하고, 실행 과정에서는 속도전보다 점진적 조정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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