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하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쿠팡과 미국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대한국 통상 압박 수위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경고가 나왔다.
개별 기업의 법적 분쟁이나 공화당 강경파의 일시적 문제 제기 차원을 넘어, 디지털 통상 패권과 경제안보를 축으로 여야가 결속한 미국의 구조적 '자국 우선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미 관계와 경제·안보 현안' 간담회에서는 다가오는 미국 의회 선거 결과가 한미 간 통상 지형에 미칠 파장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이 주최하고, 김건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우정엽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등 외교·안보·통상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쿠팡 사안을 바라보는 국내 정치·경제권의 안이한 시각을 경계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지난 7월 한국 정부의 규제와 조사를 정면 비판하는 중간보고서를 채택하는 등 의회 차원의 압박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이를 단순한 선거 국면용 정치 공세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우정엽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공화당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공세를 펴고 있는 외형만 보고 민주당 승리 시 통상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오판이라고 단언했다.
우정엽 선임연구위원은 "쿠팡 모회사가 등록된 워싱턴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공식 서한에 서명했다"며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당 장악력으로 인해 공화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두드러져 보일 뿐, 자국 기업 보호와 디지털 통상 이슈는 민주당 역시 물러서지 않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어 "의회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디지털 서비스 시장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미국의 기조가 약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 정책 기조에 본질적 변화가 없다면 선거 이후에도 행정부와 의회 양측의 문제 제기는 상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구글 등 미국 핵심 빅테크를 겨냥한 국내 공정거래 당국의 과징금 및 제재 조치가 맞물릴 경우 통상 마찰의 파괴력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의회가 보여주는 독특한 '초당파성'에 주목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첨단 산업과 안보가 결합된 영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적 경계선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서정건 교수는 미국 의회에 발의된 'AI 오버워치 법안(AI OVERWATCH Act)'과 '매치 법안(MATCH Act)'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AI 오버워치 법안은 대중국 AI 반도체 유출을 통제하고 의회의 관리 감독권을 강화하는 법안으로 공화당 짐 뱅크스 의원과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함께 발의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의 동맹국 간 수출 통제 조율을 골자로 한 매치 법안 역시 초당적 협력 속에 추진되고 있다.
서정건 교수는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한 초당적 입법 움직임은 우리 첨단 기업과 통상 구조에 직접적인 파고를 몰고 올 것"이라며 "미국 정치권이 대중국 견제와 기술 공급망 보호를 단일 대오로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회와 행정부 권력의 역학 관계를 입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해 의회 차원의 행정부 견제가 본격화된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집행력 자체가 무력화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교수는 국방수권법(NDAA) 운용 사례를 들며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고 감시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실질적인 대외 집행 과정에서는 대통령의 재량과 의지가 관철되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의회 권력의 재편이 행정부의 거친 보호무역 기조를 완전히 꺾는 안전판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통상 전문가들은 쿠팡 사안이 기존 한미 간 디지털 통상 갈등 전반을 뒤흔드는 '뇌관'으로 번질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쿠팡 건이 미국 정치권 및 통상 당국과 얽히면서 사태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양국 간 플랫폼 및 디지털 서비스 규제 협의가 상당 부분 조율돼 가던 국면에서, 쿠팡 사안이 미국 무역법 301조 등 강력한 통상 보복 조항과 결합될 경우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쿠팡 문제가 미 301조 조사 및 통상 압박 수단과 연계되는 순간 한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양보하거나 감당해야 할 요구 조건의 범위가 당초 구상을 크게 벗어나게 된다"며 "미국은 이를 지렛대 삼아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인 만큼,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국제 통상 규범에 부합하는 정밀하고 논리적인 대응 방리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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