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반도체가 국내 수출·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경제 동력이 특정 산업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투자·지원이 집중되는 산업이 경기 부침을 겪으면 그 여파가 국가 경제의 위기로 확산한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도 주력 산업의 쇠퇴가 경기 침체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던 만큼,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산업 편중 문제를 신중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커지는 반도체 의존도
반도체는 현재 국내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20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6월 448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466억5천만 달러까지 늘면서 두 달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 수출 전체로 확대해도 반도체는 절대적인 비중을 보인다. 올해 1~8월 국내 수출액 6천933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은 2천812억 달러로 40.6%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전체 수출의 47.5%가 반도체에서 나올 만큼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산업통상부는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속에 정부도 투자와 지원 방침을 밝힌 상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인프라 지원부터 노동 특례를 적용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물적 자원부터 규제 완화를 적용해 반도체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 정책과 지원이 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은 경기 침체 등 업황이 악화했을 때 국가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경제인은 "반도체가 호황기에는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지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만큼 불황기에는 경제 전반의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 분석기관들도 반도체 쏠림 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반도체에 인력과 투자가 흡수되면 장기적으로 다른 산업의 성장 기반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의존하는 현 국내 경제 상황을 위험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국의 추격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경우 한국의 성장세가 더딜 것이라는 설명이다.
◆ 해외가 남긴 경고…특정 산업 쏠림은 국가 위기로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했다가 경제 침체의 길을 걸었던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장악했던 노키아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 24%를 담당했으나, 스마트폰으로 산업 중심이 이동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노키아의 쇠퇴는 핀란드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1년 2.1%였던 핀란드 GDP 증가율은 노키아의 몰락으로 4년간 연평균 1%씩 감소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네덜란드 역시 1959년 대규모 천연가스 발견 이후 수출 호황을 누렸지만, 자원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으로 경제 부작용을 낳았다. 자원 수출 이면에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됐고 고용 부진으로 이어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80년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은 미국의 통상 압박 속에 주도권을 잃었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도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으로 일본처럼 산업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AI 혁명의 흐름을 타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인데, 지금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에 메가특구 등 반도체에 치우친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도 언젠가는 꺾일 수 있는 만큼, 이차전지와 바이오, 철강 등 다른 산업도 키워야 한다.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위기가 오면 국가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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