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군의 그린란드 주둔을 대폭 강화하는 3자 안보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에 따라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규모 군사기지 두 곳을 새로 건설하고 주둔 병력도 늘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이날 서명식에 함께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번 협정이 "미국에 그린란드의 안보와 그 밖의 모든 필요 사항에 대한 영구적 통제권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절한 장소들에 대규모 군사 주둔 기반을 구축하는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건설될 기지는 그린란드 남부 나르사르수아크와 동부 메스테르스비그 두 곳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르사르수아크 기지는 냉전 초기인 1950년대까지 운영됐던 '블루이 웨스트 원' 미군기지를 다시 가동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메스테르스비그는 현재 덴마크 특수부대인 시리우스 개썰매 순찰대가 사용하는 군사 전초기지다.
냉전 당시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17개 군사시설을 운영하며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주둔시켰다. 그러나 현재 그린란드에 남아 있는 미군 시설은 약 150명의 병사가 주둔하는 피투피크 우주기지뿐이다. 이번 협정은 냉전 종식 이후 급격히 축소된 미군의 그린란드 주둔을 70여 년 만에 대규모로 되돌리는 조치다.
협정은 미국에 영구적인 접근권·기지 사용권·영공 통과권을 부여하며, 그린란드가 독립하더라도 효력이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영구적 통제권'은 그린란드가 향후 덴마크에서 독립하더라도 미군의 주둔 권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어떠한 적대 세력도 앞으로 그린란드에 군사적 주둔 기반을 마련하거나, 우리의 명시적 서면 승인 없이 그곳에 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협정이 나토(NATO) 비회원국의 그린란드 내 기지 설치를 금지하고, 미국의 적대국들이 그린란드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의 그린란드 군사·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서명식에서 "이 협정은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리고 그린란드의 자결권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란드를 미국이 병합하지 않고 덴마크 자치령으로 유지하면서 미군 주둔만 늘어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우리는 1951년 방위협정을 2026년에 맞게 가져오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1951년 방위협정은 동서 냉전 시기 미국이 그린란드에 원하는 만큼 파병할 수 있도록 미국과 덴마크가 체결한 협정이다. 이번 3자 협정은 그린란드가 당사자로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1951년 협정과 구별된다.
그린란드 현지에서는 신중한 분위기도 감돈다. 나아야 나탄니엘센 그린란드 의회 의원은 "자결권이 보장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야 쳄니츠 전 의원은 "트럼프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종 서명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협정이 실제로 발효되려면 덴마크와 그린란드 의회의 별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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