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그 누구의 뒷마당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미국의 간섭을 공개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선거 과정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다시 목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동자당(PT) 후보로 오는 10월 4일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에서 통산 4선에 도전한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두고 "후보자들이 가장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일부는 해외 세력과 결탁해 이 자유를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원적 시민사회와 자유로운 언론의 준엄한 눈 아래, 민주주의의 적들이 내부와 외부에서 민중의 의지를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브라질 국민의 것"이라고 역설했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연설에서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군사 대국이 자행한 간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며 미 행정부의 압박을 비판했다. 또 세계를 세력권으로 분할하려는 시도와 전략 자원을 노린 "신식민지적 침탈"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치안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해역을 지키는 데 항공모함이 필요하지 않다"며 "필요한 것은 조직범죄를 먹여 살리는 무기와 자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CNN 인터내셔널 아만푸르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보다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을 통치할 권리는 있지만 다른 나라를 통치할 권리는 없다"고 직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황제처럼 행동한다"며 "내가 가장 강하고 다른 이들은 복종해야 한다는 식"이라고도 비판했다. 유엔총회에서는 룰라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단상에 섰다.
이번 대선에서 룰라의 맞상대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우군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면담하고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를 내세우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룰라 대통령과 1%포인트 차 접전을 벌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해외 세력과 결탁" 발언은 이 같은 보우소나루 가문의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브라질 관계는 무역 갈등으로도 긴장이 높아진 상태다. 미국은 브라질산 수입품 대부분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브라질 정부는 지난 8월 경제상호주의법에 따른 대응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브라질 정부는 대응 절차를 밟으면서도 협상 채널은 열어두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유엔이 2003년 자신이 처음 총회에서 연설한 이래 가장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을 막지 못하는 유엔의 신뢰는 "이처럼 낮았던 적이 없다"고 맹비난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 행사 구조를 분쟁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개혁을 촉구했다.
유엔총회 관례상 브라질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첫 총회 개회에 자국 외교관이 자원한 것을 기려 항상 첫 번째 기조연설국으로 나선다. 이번이 룰라 대통령의 10번째 유엔총회 참석이다. 브라질 대선은 10월 4일 1차 투표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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