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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뜨는데 한전은 왜 이래…유가에 발목 잡힌 주가[왜울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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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전 주가 부진…전기요금 동결에 유가 상승까지 겹쳐
전력구입비·차입 부담에 수익성 둔화…영업익 43% 감소 전망
미국 원전 사업 참여 기대에도 210조 원대 부채 부담 여전

한국전력 사옥. 한국전력
한국전력 사옥. 한국전력

"원전주도 아니고 유틸리티주라기에는 부채가 너무 많고, 배당주라기에도 애매하다. 진짜 한전 넌 정체가 뭐냐?"

최근 한국전력 종목토론방에서는 이런 답답함 가득한 토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원전 관련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이 대형 원전 건설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원전 기업들의 해외 수주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전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기대와 달리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과 전기요금, 막대한 부채 등 당장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4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제동이 걸린 데다 미국 원전 사업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전에는 원전이 호재이면서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한전 주가는 3만900원을 기록, 약 6개월 전(4만9150원)보다 37.1% 하락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9.8% 상승한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한전 주가는 올해 초 6만7900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3만 원대까지 내려오면서 고점 대비 큰 폭의 조정을 받았습니다.

한전은 원전 발전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히지만, 주가를 좌우하는 요인은 원전 사업의 성장성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구입비와 전기요금, 차입 부담 등이 실적과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LNG·석탄 등 주요 연료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비용 증가분이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 한전의 수익성 개선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원전 비중 확대에 따른 전력구입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다른 발전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전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지난 21일 올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산정 결과상 필요한 연료비조정단가는 7.3원이었지만 제도상 조정 폭이 5원으로 제한되면서 2.3원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그대로 유지되면서 4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습니다. 결국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부담이 커진 셈입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발전믹스 내 원전 비중 감소와 저조한 원전 이용률이 지속되면서 연료비 부담이 상승했다"라며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하반기 연료비 상승 압박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빠른 원전 이용률 회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3·4분기부터 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조7651억 원으로 지난해(13조4906억 원)보다 43.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의 경우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냈지만, 올해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전기요금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익성이 다시 둔화하는 모습입니다.

유안타증권은 한전의 4분기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137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이 경우 2023년 3분기 이후 이어져 온 영업이익 행진도 중단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원전입니다. 원전 발전 비중 확대는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과 전기요금 등 다른 변수까지 고려하면 원전 확대만으로 단기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원전이 한전의 성장동력으로서 의미가 작은 것은 아닙니다. 국내 원전 가동 확대뿐 아니라 해외 원전 사업에 참여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가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역할도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미국 대형 원전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형 원전 8기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측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15%가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국 측은 5~10%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자금 부담입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실제로 인수할 경우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전이나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 한수원이 직접 투자 주체가 될 경우 현재도 200조 원을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의 재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한전의 재무 부담 규모는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막대한 부채는 한전이 원전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전의 6월 말 기준 부채는 210조7000억 원에 달합니다. 하루 이자 비용만 약 115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에는 20조 원, SK하이닉스에는 5조 원 등 총 25조 원 규모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이었지만 두 회사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막대한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투자도 이어가야 하는 만큼 한전의 자금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회사채 발행 한도에 대한 한시적 특례도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은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결국 한전 주가가 원전 관련주와 엇갈린 흐름을 보이는 것은 원전 사업의 장기 성장성보다 전기요금과 국제 에너지 가격, 차입 부담 등 당장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향후 원전 가동률 회복과 해외 원전 사업 확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더라도, 이를 실제 기업가치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정상화와 재무 부담 관리가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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