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면서 별도의 자체 연구용역 없이 약 3개월 만에 상장심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거래소가 지원하는 학술 연구에서는 "면밀한 제도 설계와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연구가 끝나기도 전에 실제 상품이 먼저 시장에 등장했다.
거래소는 기존 ETF보다 상품구조가 단순해 신속한 심사가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범·단계 상장 없이 고위험 상품이 한꺼번에 출시된 뒤 괴리율 관리의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불과 50일 만에 신규상장이 중단되는 등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사전 위험 검증이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도입 타당성' 연구 중 상장…거래소 "구조 단순"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해 2월 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한 실무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약 3개월 만인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이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1월 13일 관련 회의가 있었고 2월 초부터 실질적인 실무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출시 전부터 위험 경고는 나왔다. 금융당국은 특정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2배 또는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만큼 주가 급변 시 손실이 증폭되고 횡보장에서도 음의 복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고위험 상품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거래소 차원의 별도 연구용역은 진행되지 않았다. 거래소 측은 도입 전 별도의 연구용역을 실시하지 않았고 대상 종목 등 상품 도입 기준이 마련된 이후 상장심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거래소가 지원하는 학술 연구에서는 단일종목 ETF의 국내 도입 타당성을 살펴보고 있었다. 정대성 광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거래소의 '2025년도 증권·파생상품 학술연구지원사업' 자유 과제에 선정돼 '단일종목 ETF 도입 타당성' 연구를 시작했다. 국내 도입 시 수급과 거래 활동, 투자자 행태에 미치는 영향과 변동성 발생 여부, 투자자 보호·시장 안정 방안 등을 분석하는 연구다.
정 교수는 착수 당시 "단일종목 ETF는 특정 종목의 성과를 그대로 반영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도입 과정에서 면밀한 제도 설계와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초 올해 10월까지였던 연구가 끝나기 전에 상품이 먼저 상장됐다. 이에 정 교수는 연구 주제를 '도입 타당성'에서 '도입 성과'로 변경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중간에 급작스럽게 상장됐다", "너무 빨리 진행됐다"는 취지로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거래소가 발주한 정책 용역은 아니며 정 교수가 자유 과제로 직접 제안했다.
거래소는 심사 기간이 짧았다는 지적에 상품구조가 기존 ETF보다 오히려 단순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는 최소 10개 이상을 섞어야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한 종목이기 때문에 더 단순해진 상품"이라며 여러 상품을 동시에 심사해 크로스 체크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 단계 심사는 "오히려 더 빨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별도의 시범·단계 상장도 없었다. 거래소는 최근 국회 질의에 '시범 상장·단계적 상장 제도는 없음'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50일 만에 제동…투자자 민원·변동성 확대
문제는 출시 이후 현실로 나타났다. 상장 4거래일째인 6월 1일부터 음(-)의 괴리율이 당시 관리 기준인 3%를 넘어선 사례가 발생했지만, 이를 관리 기준에 명확히 반영하기까지 72일이 걸렸다. 이 기간 투자유의종목 지정 첫 단계 기준을 충족한 사례 2건도 실제 적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투자자 불만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민원·분쟁은 5~8월 총 82건으로 특히 7~8월에 55건이 집중됐다. 괴리율 확대와 투자자 보호 방안 등 제도 보완 요구가 주요 내용이었다.
거래소 자체 분석에서도 변동성 지표는 상장 이후 확대됐다. 상장 전후 각각 66영업일을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의 연환산 변동성은 78%에서 105%, SK하이닉스는 91%에서 124%로 높아졌다. 장중 고저폭과 종가 동시호가 변동성도 두 종목 모두 커졌다.
결국 관계기관은 출시 50일 만인 7월 16일 신규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이벤트성 마케팅을 제한했다. 기본예탁금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강화했으며 이후 괴리율 관리 기준과 투자자 교육 등 추가 안전장치도 잇따라 마련했다.
◆손실 논란에 국회도 주시…"검증 과정 규명돼야"
정치권에서는 개인투자자 손실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은 지난 3일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이 약 54조원에 달한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며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54조원은 국민의힘이 인용한 추정치로 금융당국 등이 공식 집계한 손실액은 아니다.
투자자 단체도 사전 검증 부족을 지적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주식시장과 투자자 재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순기능과 역기능을 사전에 꼼꼼히 따져보고 연구와 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했다"며 "그런 과정 없이 빠르게 시행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별도의 자체 연구용역이 없었고 심사 기간이 약 3개월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거래소의 상장심사가 부실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거래소 역시 상품구조가 단순해 신속한 심사가 가능했고 필요한 상장심사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품구조가 단순하다는 것과 시장에 미치는 위험까지 단순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출시 전부터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됐음에도 시범·단계 상장 없이 상품이 한꺼번에 나온 뒤 괴리율 관리의 공백이 확인되고 투자자 보호장치가 잇따라 강화된 만큼 상장심사 과정에서 시장 영향을 어느 수준까지 사전에 검증했는지는 향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국회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도입 과정과 사전 위험 검증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은 거래소가 진행한 관련 연구용역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ETF 상장과 심사는 거래소 고유 업무인 만큼 이번 사안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고위험 상품이 충분한 사전 검증을 거쳐 도입됐는지 연구용역을 포함해 전반적인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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