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로 상승세를 타던 K푸드·K뷰티 종목이 이달 들어 원화 강세에 발목을 잡혔다.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주가를 짓누른 영향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수출 물량과 실적 자체는 견조하다며 비중 확대를 권하고 있다. 환율은 단기 악재일 뿐 성장 동력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최근 한 달간 17.23% 떨어졌다. 8월 말 148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달 중순 121만원대까지 밀렸다. 다른 수출 식품주인 오리온도 같은 기간 11.65% 하락했다.
K뷰티에서는 해외 비중이 80%를 넘는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에이피알은 지난달 43만원이던 주가는 한 달 새 16.67% 내려 36만원대까지 빠졌고, 달바글로벌은 15.10% 내렸다. 유통사인 실리콘투도 22.38% 하락했다.
두 섹터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1551.2원까지 치솟은 뒤 이달 1300원대까지 내려왔다.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는 기업은 원화 강세 국면에서 환차손을 볼 수 있다. 타격이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종목일수록 컸던 이유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방어력은 갈렸다. 식품에서는 내수 비중이 높은 종목인 농심(-3.86%), CJ제일제당(-3.76%) 등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삼양식품 80%, CJ제일제당 51%, 농심 37% 순이다.
화장품에서는 ODM(주문자개발생산) 3사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게 아니라 국내 인디 브랜드의 주문을 받아 만들고 대금도 원화로 정산받는 구조여서 환율 영향이 작다. 한국콜마는 최근 한 달간 오히려 2.88% 상승했고, 코스맥스도 1.94%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해외 비중이 47%인 아모레퍼시픽도 0.21% 상승했다.
최근 주가 조정과 달리 수출 실적은 꺾이지 않았다. 화장품 수출액은 이달 1~20일 8억5천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6% 늘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한때 절반에 육박하던 중화권 비중은 21%까지 낮아졌다. 삼양식품도 2분기 해외 매출이 처음 6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불닭볶음면의 미국·유럽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환율 영향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해외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현지에서 외화로 나가는 광고비와 판매수수료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여서다. 신영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전 분기보다 5% 하락할 경우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의 영업이익률 하락폭을 1%포인트 안팎으로 추정했다.
채널 변화도 3분기 수익성에 우호적이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같은 대형 온라인 행사가 올해 6월로 앞당겨지면서 광고비·수수료 부담이 큰 온라인 직접판매(D2C)도 2분기에 몰렸다. 대신 3분기에는 리테일러가 연말 행사를 앞두고 물량을 채우는 재발주가 늘어 비용 부담이 작은 기업간거래(B2B)·오프라인 비중이 높아졌다. 에이피알의 북미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1분기 18%에서 2분기 23%로 상승했다.
식품주도 환 손실이 시장 우려보다 작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연 누적 환율을 사용하고 있어 최근 환율 급락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에 증권가는 이들 종목의 성장 동력이 훼손되지 않았다며 비중 확대를 권하고 있다. 오히려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은 8월 가파른 반등 이후 9월 단기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며 "환율이 바닥을 지난 이후의 주가 회복 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운임·유류비 상승과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에도 화장품 수출 실적이 좋다는 것은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뜻"이라며 "미국과 유럽 두 시장의 노출도가 높은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이번 3분기 실적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차익실현 수요가 겹친 만큼 실적이 시장 기대를 확인해 주느냐에 따라 종목별 흐름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화 비용으로 자연스럽게 상쇄되는 환 영향과 온라인 D2C 비중 변화를 고려하면 우려 대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9월 주가 조정 폭이 확대될 경우 실적 프리뷰가 진행되는 10월부터 화장품 업종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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