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전체 생명보험사로 확대된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청이 지난 8월 말까지 3300여건에 그쳤다. 생명보험협회가 지난달 19개 생보사 가운데 16개사를 취합한 운영 현황에서다. 유동화 대상 계약 60만건의 0.6% 수준이다.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어도 연금 재원은 해약환급금이라, 매달 손에 쥐는 돈은 30만원대에 머문다.
◆ 대상 60만건·25조6000억원, 신청은 0.6%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 뒤에나 나올 보험금의 일부를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는 제도다. 2025년 10월 30일 삼성·한화·교보·신한·KB 등 5개사가 먼저 상품을 내놨고, 올해 1월 2일 19개 생보사 전체로 확대됐다. 영업점에 가지 않아도 화상상담과 콜센터로 신청하는 비대면 창구도 이때 열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안내자료를 보면 2025년 11월 말 기준 유동화 대상 계약은 60만건, 가입금액 25조6000억원이다. 2024년 말 75만9000건에서 약관대출 등으로 줄어든 수치다.
출시 초기 반응은 짧았다. 같은 자료에서 2025년 12월 15일까지 접수된 신청은 1262건이었다.
◆ 월평균 640건에서 238건으로, 62.8% 줄었다
생명보험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새로 들어온 유동화 신청은 1426건으로 대상 계약의 0.34%였다. 전 생보사로 창구가 넓어진 뒤에도 신청 규모는 커지지 않았다.
월평균 신청 건수는 2025년 말 640건에서 올해 상반기 238건으로 62.8% 줄었다. 건당 초년도 지급액도 458만원에서 409만원으로 49만원 쪼그라들었다. 월로 환산하면 34만원꼴이다.
주요 5개 생보사의 6월 말 기준 누적 신청은 2759건, 초년도 유동화 지급액은 119억4100만원이었다.
◆ 1억원 계약인데 월 14만원인 이유
연금 재원이 약정된 사망보험금이 아니라 신청 시점의 해약환급금이기 때문이다. 1억원짜리 종신보험이라도 쌓인 적립금만큼만 쪼개 받는 구조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예시가 이 간극을 보여 준다. 사망보험금 1억원 계약에 20년간 2088만원을 낸 55세 가입자가 유동화 비율 70%를 고른 사례다. 수령 기간을 20년으로 잡으면 월평균 수령액은 14만원이다.
사망보험금 1억2000만원에 해약환급금이 4200만원인 65세 가입자도 마찬가지다. 20년에 걸쳐 받겠다고 신청하면 월 연금액은 14만원 수준이다.
◆ 평균 89.4% 당겨 쓰고 7.8년에 몰아 받았다
초기 신청자 1262건을 뜯어보면 평균 연령은 65.3세, 평균 유동화 비율은 89.4%였다. 법이 정한 상한선 90%에 거의 붙어 있다. 지급 기간은 평균 7.8년이다. 길게 늘리기보다 짧게 몰아 받는 쪽을 택했다.
1차 출시 8영업일 동안 접수된 605건의 평균 연령은 65.6세, 연평균 수령액은 477만원이었다. 월 39만8000원이다. 사망보험금 3000만원 계약의 90%를 유동화한 60대 계약자도 있다. 2000년대 초 가입한 계약으로, 지급 기간을 5년으로 잡아 생활자금을 받기 시작했다.
90%를 당겨 쓰면 유족에게 남는 사망보험금은 가입금액의 10%뿐이다.
◆ 만 55세·9억원 이하 금리확정형만… 변액·단기납은 안 된다
신청 자격은 신청 시점 만 55세 이상이고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아야 한다. 계약기간과 납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면서 완납된 계약이어야 한다. 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이 대상이다. 소득과 재산은 따지지 않는다.
변액종신보험, 금리연동형, 단기납 종신보험, CI(치명적질병) 선지급형은 대상에서 빠진다. 약관대출 잔액이 남아 있어도 신청하지 못하고, 손해보험의 사망담보도 해당하지 않는다. 유동화를 이용하는 동안에는 주계약 추가납입과 중도인출, 추가감액이 모두 막힌다.
지급 총액은 기납입보험료의 100%를 넘도록 설계되며 전액 비과세다. 추가 사업비도 붙지 않는다. 철회는 첫 수령 후 15일과 신청일 후 30일 가운데 빠른 날까지다. 이 기한이 지나면 주계약 감액이 끝나 사망보험금을 되돌릴 수 없다.
◆ 고금리 확정형 계약을 깨는 셈이라는 지적도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에서는 명칭과 실제 재원이 다르다는 점을 문제로 든다. 사망보험금 액면가가 아니라 해약환급금에 할인율을 적용해 나누는 구조여서 기대보다 월 지급액이 적고,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면 유족 몫도 급격히 줄어든다. 90%를 당겨 쓰면 유족 생활보장이라는 종신보험 본래 목적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확정이율 7~9%대 옛 종신보험을 들고 있는 가입자가 유동화를 택하면 그간 보장받던 고이율 적립 혜택을 내려놓게 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보험 연구기관에서는 종신보험이 가족을 위한 상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계약자 본인이 수혜자가 되는 구조로 성격이 바뀐다는 분석을 내놨다. 묶여 있던 자금이 풀리며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도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월 지급 연금형에 이어 헬스케어·간병 서비스를 연계한 서비스형 상품 출시를 올해 말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보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상속인이 없거나 혼자 사는 분들에게는 필요할 수 있지만 가족을 위해 남겨두려는 분들에게는 효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댓글 많은 뉴스
울산시장, 샌드위치 먹으며 회의하는 모습에…"노가다도 밥 시간은 준다"
[단독] '암살자(들)' 제작자, 음주운전 구속 전력... 전과만 6개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존치 법원 판단…'박정희 지우기' 법리로 제동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 안 한다…법원, 국가철도공단 청구 기각
李대통령, DMZ 지뢰폭발 부상 장병 위문 "합당한 보상 반드시 챙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