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볼거리를 정한 뒤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먹고 싶은 것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시대다.
최근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대한민국 명소 발굴 100×100 프로젝트' 투표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국민 4만여 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100개 여행 주제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분야는 '착한가격 식당'이었고, 단일 주제에서 최다 득표는 대전의 '성심당'이었다. 명산이나 문화유산 못지않게, 이제 음식과 맛집 자체가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관광거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북은 어떤 맛으로 사람을 불러 모아야 하는가. 경북의 맛은 화려한 양념으로 겉을 포장하지 않는다. 경북은 산·강·바다의 풍부한 제철 식재료를 재료 본연의 풍미로 살려낸다. 필자는 이를 경북의 '박미(薄味·담박한 맛)'라 부르고 싶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맛이다.
이러한 경북의 미식(美食·좋은 음식)은 저마다 깊은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네 가지 뿌리에서 비롯된다. 대대로 내려온 내림음식과 고택의 품격을 담아낸 '종가의 맛'이 있는가 하면, 청정 동해의 수산물과 포구 사람들의 열정이 녹아든 '동해의 맛'이 있다. 여기에 산사의 절제와 순수한 자연을 올려낸 '사찰의 맛', 지역 식재료에 젊고 감각적인 해석을 더한 '모던(디저트·카페)의 맛'이 어우러진다. 서로 다른 네 가지 맛은 경북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품고 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지역의 맛과 관광을 연결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왔다. 2014년 '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맛집'을 시작으로 경주 부시장 시절 '신라왕이 몰래 간 맛집'이라는 책을 펴냈다. 포항 부시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미식·미항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올해는 'METI(Monthly Eating Travel Initiative, 월간 제철 미식여행 제안)' 발행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지역의 맛'을 '관광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일에 집중해 호응을 얻어 왔다.
이제 이러한 개별적 시도들을 하나로 묶어 경북만의 미식 지도와 강력한 브랜드 전략으로 확장해야 할 때다. 경상북도의 '식품한류산업국' 조직 신설에 발맞춰, 경북문화관광공사 역시 최근 'K-푸드 미식관광 TF'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미식 자원의 발굴과 아카이빙은 물론, 농수산·외식·관광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체계를 가동해 경북 미식관광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9월 말 청도에서 '경북 미식관광 정책자문위원회'를 개최했고, 4대 미식 자원을 기반으로 한 '분야별 대표 미식도시'를 매년 발굴·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포항시의 유네스코 미식창의도시 추진과 연계하고, 죽도시장과 구룡포를 비롯한 전통시장과 오랜 노포의 이야기, 동해선 철도를 활용한 미식 상품 개발 등 맛을 따라 이동하고 체류하며 소비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미식관광의 핵심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지역의 생산자와 상인, 요리사가 가진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연결하는 데 있다.
'미래(未來)는 미래(味來)다'. 관광산업의 미래는 곧 미식에서 온다. 가장 경북다운 '담박한 한 상'이 사람을 부르고, 머물게 하며, 지역 경제를 다시 살리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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