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10월 말, 남쪽 바다에서 올해 가장 강력한 '슈퍼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당초 대만을 거쳐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였던 제30호 태풍 '참피(CHAMPI)'가 진로를 북동쪽으로 틀면서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 다가선다. 예보대로라면 관측 이래 가장 늦게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으로 기록된다.
◇ 한때 초속 59m…괌 쑥대밭 만든 '올해 최강 태풍'
기상청에 따르면 참피는 22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 초속 53m(시속 191㎞)의 '강도 4' 세력을 유지한 채 시속 10㎞로 북서진하고 있다. 강풍반경은 550㎞에 이른다.
전성기 위력은 더 강했다. 21일 오전에는 중심기압 900hPa, 최대풍속 초속 59m로 기상청 분류상 가장 높은 '강도 5'까지 발달했다. 지난 주말 괌을 지나며 대규모 정전과 단수 피해를 냈고, 22일에는 대만이 해상경보를 내리며 비상이 걸렸다.
참피는 라오스가 제출한 이름으로 꽃의 한 종류를 뜻한다. 올해 발생한 30번째 태풍이다. 한 해 태풍이 30개를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으로, 평년(25개 안팎)보다 훨씬 많다.
◇ 중국행이 왜 한국 쪽으로?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참피는 대만을 지나 중국 대륙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내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상보다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쪽으로 길이 열렸다.
기상청은 참피가 24일께 대만 부근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전향) 25일 우리나라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뒤, 26일께 일본 가고시마 서쪽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 1998년 '제브' 기록 일주일 넘게 깬다
참피가 예보대로 영향을 주면 1951년 태풍 경로 기록이 시작된 이후 가장 늦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된다. 종전 기록은 1998년 제10호 태풍 '제브(ZEB)'로, 그해 10월 16~18일 영향을 줬다. 참피는 이보다 일주일 이상 늦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태풍이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남쪽 해상이 경로에 들어간다며, 육상보다는 남해상 일부를 중심으로 태풍 관련 특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상륙 가능성은 낮아…"차가운 바다가 막는다"
다행히 한반도 상륙 가능성은 낮다. 10월 하순 들어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26도 아래로 떨어져 태풍이 세력을 유지할 연료가 부족하다. 여기에 북서쪽에서 내려온 찬 대륙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버티며 태풍의 북상을 막고 있다.
강혜미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5일에는 상층 제트기류를 타고 편서풍이 매우 강하게 불어 태풍의 추가 북상을 막아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로 변수는 남아 있다. 예측 모델마다 아열대 고기압의 세력을 다르게 보고 있어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처럼 태풍이 느리게 움직이면 비가 26일까지 이어질 수 있고, 한국형 모델(KIM)처럼 빠르게 지나가면 25일 밤 그칠 수 있다.
◇ 제주 최대 80㎜…대구·경북은 24일 비
상륙하지 않더라도 비바람은 피할 수 없다. 태풍과 아열대 고기압이 밀어 올린 수증기가 북쪽 찬 공기와 부딪치면서 남부지방과 제주에 비구름이 만들어진다. 비는 23일 밤 제주와 남해안에서 시작돼 25일 오후 일부 충청권까지 번진다.
예상 강수량은 23~24일 제주도 30~80㎜(북부·서부 10~40㎜),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 5~30㎜다. 24일에는 전북 5~10㎜, 대구·경북 5~20㎜의 비가 예보됐다.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야구팬들도 하늘을 살피고 있다.
바다는 더 거칠어진다. 제주는 23일 오후부터, 남해안은 24일부터 바람이 강해지고, 너울은 제주 해안에서 22일부터, 남해안에서 23일부터 높게 일겠다. 25일에는 남쪽 바깥먼바다가 참피의 강풍반경에 들 수 있다. 기상청은 남해상 이동을 가급적 삼가라고 당부했다.
◇ 태풍 지나가면 다시 '추위'
날씨는 롤러코스터다. 22일 아침 강원 영서 등은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첫 서리와 첫 얼음이 관측됐고, 전국 내륙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기온은 23일 낮부터 올라 주말 한때 포근하겠지만, 27일께 다시 떨어져 아침 5도 안팎, 낮 15도 안팎으로 평년보다 춥겠다. 일부 지역에는 다시 한파특보가 내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늦가을 태풍이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온이 이어지는 한 '때아닌 태풍'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시기에는 해수면 온도 자체가 낮아 태풍이 빠르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편서풍이 강해 더 북진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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