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4개월여 만에 51조원 줄어 올해 최저 수준에 바짝 근접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8조6841억원으로, 올해 가장 낮았던 1월 13일(88조489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예탁금은 21일 9개월여 만에 90조원 아래로 내려온 데 이어 하루 만에 추가로 줄었다.
고점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6월 4일 139조6947억원까지 불어났던 예탁금은 4개월여 만에 51조원이 빠졌고, 감소율은 36.5%에 달한다.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가 사라진 셈이다.
이달 들어 감소 속도도 빨라졌다. 12일 100조4389억원이었던 예탁금은 15일 96조9121억원으로 줄었고, 22일에는 88조원대까지 내려왔다. 열흘 남짓 만에 12조원 넘게 감소한 것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자금 가운데 아직 투자에 쓰이지 않은 돈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계좌에 넣어 700만원어치 주식을 사면 남은 300만원이 예탁금이 된다. 투자자가 은행 등에서 자금을 옮기거나 보유 주식을 매도하면 늘어나고, 주식을 매입하거나 자금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줄어든다.
다만 예탁금 감소가 곧 증시 자금 이탈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4조166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조1456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 규모도 28조253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 계좌를 통한 매수도 포함돼 있지만, 주식 계좌를 통해서도 수조 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각 시장 순매수 규모를 합산하면 줄어든 예탁금 51조원의 상당 부분이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자금이 다시 은행 등으로 대거 이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예탁금 상당 부분이 주식 매입에 사용돼 최근 하락장에서 묶여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주식을 대거 매입했음에도 예탁금이 오히려 늘었다. 상승장에서 주식 매입 규모보다 증권사 계좌로 유입되는 자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 고점 이후로는 개인 순매수가 이어지는데도 불안한 하락장 탓에 증시로 새로 유입되는 자금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예탁금 감소는 증시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상반기에는 개인이 풍부한 대기자금을 바탕으로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냈지만, 예탁금이 줄어든 만큼 추가 매수 여력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대기자금 감소는 증시의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예탁금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던 1월 13일 코스피는 4692.64였으나, 22일에는 5533.77을 기록했다. 예탁금 수준은 연초로 되돌아갔지만 지수는 당시보다 800포인트 이상 높은 상태다. 예탁금과 지수의 괴리가 커진 만큼 현 수준의 지수를 뒷받침할 개인 매수 여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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