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시공사 선정 문제로 난관에 부딪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돼 새 시공사를 찾기로 했다.
2018년부터 협력해온 '팀코리아' 내부에서 균열이 드러난 것이다. 공사비와 설계 구체화 과정에서 발생할 추가 비용 및 위험 부담을 둘러싼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정하겠다지만 일정은 빠듯하다.
이번 결렬을 원청과 시공사의 돈 다툼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원전은 설계도와 자금만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원자로 배관 용접 하나에도 자격과 품질보증 기록이 따라붙고, 그런 숙련 인력을 길러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품질 문화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2012~2013년 원전 부품 품질 서류 위조 사태로 이미 겪었다. 원전 경쟁력의 토대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국내 원전 건설 축소와 탈원전 정책 기조가 이어진 기간, 원전 산업의 일감과 인력 기반은 함께 위축됐다. 원전 공급업체 매출은 2016년 5조5천억원에서 2020년 4조원으로 4분의 1 넘게 줄었다. 원자력 관련 학과 재학생도 2017년 2천777명에서 2021년 2천165명으로 22% 감소했다.
일감이 줄자 숙련공은 조선·플랜트 등 다른 산업으로 이동했고, 젊은 인력의 유입도 위축됐다. 한번 끊긴 숙련의 사슬은 예산을 붓는다고 금세 이어지지 않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된 뒤에도 중소 협력업체들이 일감 부족을 호소하는 이유다. 원전 공급업체의 90% 가까이가 중소기업이어서 일감 공백을 버틸 여력도 크지 않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비용 압박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원청의 공사비 절감 압박은 중층 하도급을 거쳐 현장 노동자의 임금과 안전 비용으로 전가될 수 있다. 체코 현지 조건에 맞춰 설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추가 비용은 생길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계약으로는 안정적인 사업 수행도, 숙련 인력 확보도 어렵다.
더구나 두코바니는 장기간 유럽 현장에서 일할 기술자를 필요로 한다. 현지의 노동시간과 산업안전 기준을 지키며 공기를 맞춰야 하는 만큼, 무리한 야간·초과근로에 기대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처우와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누가 가족과 떨어져 해외 현장으로 떠나겠는가.
팀코리아의 균열은 우리 노동시장의 오랜 숙제와도 닮았다. 원청은 비용을 줄이고 하청은 위험을 떠안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사람에 투자하기 어렵다. 숙련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가 함께 길러야 하는 공공재다. 독일이 이원화 직업훈련과 산업별 숙련 체계로 제조업 경쟁력을 지켜온 것도 같은 이치다.
정부가 할 일은 금융과 외교에 그치지 않는다. 첫째, 용접·배관·비파괴검사·품질관리 등 원전 핵심 직무를 체계적으로 길러내야 한다. 업계와 함께 직무별 숙련 기준을 세우고 국가기술자격과 직업훈련을 연계해야 한다. 향후 10년의 원전 인력 수요를 정기적으로 전망해 학교와 훈련기관이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현장을 떠난 숙련공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정년을 넘긴 원전 기술자가 계속 일하며 후배를 가르치는 도제 경로를 열어 고령 숙련자의 기술과 청년의 현장 경험을 이어야 한다.
셋째, 원·하청이 위험을 공정하게 나누는 계약 관행을 세워야 한다. 새 시공사를 고를 때 가격만이 아니라 인력 확보 계획과 하도급 관리 능력까지 따져야 한다. 원전 업계 노사와 정부가 숙련 인력 양성을 위한 협약을 맺는 것도 방법이다.
2029년 11월 착공까지 남은 시간은 꼭 3년이다. 원전 한 기를 완성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듯, 그 원전을 책임질 숙련 인력을 길러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든다. 지금 당장 훈련을 시작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 두코바니에서 증명해야 할 것은 기술이나 가격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원전을 지을 사람을 지속적으로 길러낼 수 있는 나라인지도 함께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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