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대구심력 정권상실

30일 새로 선출된 고노 요헤이(하야양평)자민당 총재는 당개혁을 강조하고"싸우는 책임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자민당총재가 취임일성에서대화와 타협이 아닌 대결의 선전포고를 발한 것은 처음있는 일. 야당을 눈앞에 둔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한 원로의원은 총재선거후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글쎄 예전같지 않구만. 총재를 뽑는 날이 이렇게 쓸쓸할 수야...'라고 말을 잇지못했다. 4선의원 한 사람은 "우리 정책을 비난하고 반대했던 사회당의 아무개가 대신이 된다 정책을계승하겠다 하니 분이 나서 참을 수가 없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38년간이나 한번도 야당을 경험한 적이 없는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하게 될운명을 맞아 총리가 아닌 '야당총재'를 뽑게 됐으니 불안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전날 극적으로 발표된 비자민연립 합의는 총재선거를 '우울한 축제'로만들어 자민당이 처한 위상과 위기를 극명하게 실감시켜 주었다.고노 새 총재는 당내기반이 없다. 종래 70대 총재보다 20세 가까이 어린 50대, 그리고 파벌담합이 아닌 의원들의 무기명투표로 뽑혔다. 자민당도 총선패배를 기화로 달라지기 시작, 변화와 발상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오랜 집권의 병폐를 자정하지 못해 오늘의 화를 자초한 사실을 자민당 스스로 잘 안다. 제1당이면서도 소수야당들에게 정권을 내주는 수모, 야당의 쓰라림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모를리가 없다. 그래서 비자민쪽에 못지않게정치개혁과 당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변혁에의 적응과 체질개선, 당재생에는 수많은 난제가 놓여있다. 위기는 야당이 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멀어지기 시작한 국민여론을 돌리는 일이란 용이하지 않다. 대세는 보수2대정당쪽으로 흘러 이미 정계재편이 시동됐다. 개혁을 둘러싼 당내 노.소와 수구.개혁그룹의대립으로 이탈자 확대와 분열가속을 점치는 분석도 많다. '만년여당'체질이야당체질에 견뎌내지 못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자민당 몰락을 점치는 견해는 우선, '정권'이라는 최대 구심력 상실을 지적한다. 자민당이 그동안 치열한 파벌대립속에서도 결속을 유지해왔던 것은 정권당이라는 강한 흡인력이 균열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다케시타파의 대부가네마루(김환신)가 퇴장하자 분열끝에 탈당한 하타파의 경우, 또 총재선거에앞서 탈당한 가토(가등뉴월)그룹도 구심력상실에 의한 것이었다.어느 나라나 '여당프리미엄'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올봄 첫 실시된 의원재산공개에서 자민당의원들이 야당의원들의 재산을 3배가량이나 웃돈 것은 바로 프리미엄을 입증해준 자료였다. 지금까지 정.관.재유착을 즐기며 정권을향유해온 자민의원들이 하루아침에 '끈'이 떨어져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견뎌낼 것인가. 환언하면 '만년여당'체질의 야당화전환에 뒤따를 부작용을 소화해낼 것인가 하는 점도 있다.

언필칭 운위되고 있는 정치개혁은 곧 자민당의 개혁이라고도 볼수 있다. 그동안 깊어진 부패와 유착의 화농을 스스로 도려내는 아픔을 참고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당내 수구파와 소장개혁파의 갈등, 또 정치권에 불기 시작한 보수재편에 대응할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자민당에 대신할 신보수를 갈망했다. 그 때문에 비자민의 통합과 함께 자민당의사분오열로 정계가 보수양당 구조로 급속히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하지만 자민당에 기회가 남아있는 것도 부인할수 없다. 비록 야당이 돼도 비자민연립의 제1당을 3배나 웃도는 거대세력이다. 당내에는 정권경험이 풍부한인재가 널려있다. 인재난을 겪고있는 비자민연립이 공조혼란이 겹쳐 휘청거리면 국민의 눈은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정권탈환의 호기가 될 차기선거가 내년초로 기정사실화 되어있다.

그래서, 야당이 될 자민당 고노체제는 비자민연립측의 정치개혁일정에 맞춰사활을 건 경주, 즉 대여투쟁과 자기혁신의 양대과제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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