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의병들의 일기는 희귀하다. 그래서 의병대장 김하낙의 {정토일녹}은귀중한 문헌이다. 원본은 한문이고 국역본이 간행되어 있는데(계몽사) 그 내용을 읽어 가노라면 기막힌 장면이 나온다.각지에서 일어난 의병들은 작전상 필요에 따라 합류 혹은 합세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김하락의 의병대가 경상도 안동에 이르렀을때 먼저 호남에서 와서안동에 머물던 의병대의 의병장 서씨가 합세하기를 청하여 그렇게 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그래서 서씨는 자기 군대에 명하여 김씨의 군대를 위해 황소 두마리를 잡아서 대접하라고 했고 그 소식이 김씨에게 전해졌다. 그런데 [...(사물)이 들어오는데는 전부 채소뿐이고 쇠고기는 없었다]고 김씨는 을미년(1895년) 음력 3월11일 일지에 쓰고 있다. 서대장의 부하들이 고기를 모두 가로챈것이다. 두 의병대의 합류가 깨어졌음은 물론이다.
구태여 필자가 남이 아닌 우리 선인들의 치부를 들추는 이유는 외적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고 일어선 의병들이었으되 탐심과 이기심을 극복하기가그토록 어려웠다는 사실을 조명하고 이를 거울삼아 오늘에 비추어 보자는것뿐이다.
욱하는 마음에서 의병이 되기는 했으나 자기네들이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에대해 명확한 자각이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동지이자 전우에게 갈 고기를 가로챌 수 있을까. 부대장은 예와 선물의 뜻으로 소를 잡으라했다. 부하들은 대장의 명대로만 했으면 일이 바로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터무니 없는 이기적 탐욕 때문에 그 뜻이 망가졌다.
어떻게 하면 올바로 하는가. 요점은 자기를 이기는데 있다. 옳음을 위해서자기를 희생해야 하는 것이다. 옳음을 위해서는 손해를 보아야 한다는 자각이필요하다. 그러니 옳음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무시무시하게 어려운 것이다.이 어렵다는 점에 대한 실감과 자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이 안이하게살아가기 때문에 예사로 비리를 저지르게 된다.
사료로 수입한 귀리를 가지고 갓난아기들의 이유식을 만드는 예도 그러한 것이다. 필자는 몇달전 외손을 보았고 얼마전부터 이유식을 먹여왔는데 갑자기그 이유식의 주원료가 가축용 사료라는 것이 알려졌다. 사료로 수입했으면그대로 하는 것이 옳다. 왜 그것을 갓난아기에게 먹이는가. 농약도 나쁜 농약,방부제도 나쁜 방부제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다할 유명기업체들이 그짓을 한다. 이익을 위해서다. 이익이란 자기를위해서 하는 것인데 서로서로 그렇게 하다보면 자기나 자기 자손도 누군가가먹여주는 가짜를 먹어야 되는 것이므로 결국은 자해행위에 불과한 것이다.요사이 한약분쟁도 보면 이해관계 여하에 따라 어찌 그리고 두 이익집단으로편이 깨끗이 갈라져 극단의 대결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밖에도 우리 사회의 매사가 너무나 자기중심적, 집단이기적으로 치닫는다. 그 국민에 그 정부다. 먼 앞날과 전체를 내다보지 못하고 매양 설익은 제도를 만들어 분쟁의 씨앗을 심는다.
정치의 정은 {바르게 한다}혹은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자는 {정은 정야}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바로 하는가. 우리 현실을놓고 볼때 집단이기주의가 날뛸 터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첫째다. 지역이기주의나 기타 이기주의의 마당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바른 것을 위해서는 자기와 자기 파당의 손해를 무릅써야 한다. 정을 위한 희생이 요점이다. 무사한 정치만이 권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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