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원활한 국회운영을 이유로 뒤로 미뤘던 과거청산문제를 비롯 각종개혁입법의 처리를 위해 칼날을 세우기 시작했다.그동안 민주당은 금융실명제 이후의 심각한 경제상황과 민생문제등에 대한논의가 여야의 첨예한 의견대립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하에 한걸음 양보, 국정감사와 국회대정부질의는 예전에 볼수 없었던 긍정적인 모습을과시할수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민주당이 이들 문제의 해결을 예산심의와연계시켜 관철키로 2일 결정했다.
12.12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 김대중씨 납치사건 율곡사업비리등 과거사의진상규명과 국가보안법 안기부법으로 대표되는 군사통치하에 제정된 각종 악법의 개폐는 이기택대표체제의 출범 이전부터 민주당의 최대 목표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부출범후 계속된 율곡비리와 12.12사태등 과거사규명을 둘러싼 정부측과의 결실없는 줄다리기에 국민들이 식상해하고 있다는 점과민주당이 과거사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나하는 일반의 우려를 고려해 지난9월말 이대표가 과거청산논의의 일단 유예를 선언함으로써 정기국회 초반은 순항할수 있었다.
당시 이대표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한동안 수세를 면치못하던 당내입지를 명분보다는 현실론으로 타개하고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 다분히 내재되어 있었고 이에대해 [가뜩이나 취약한 야당의 입지를 아예 없애려는 것이아닌가]하는 반론도 제기되었으나 일단은 성공작이었다.
그런데 이대표가 초반의 유연한 입장에서 다시 과거청산과 개혁입법처리를예산안 처리와 연계시키겠다는 여당과의 한판 힘겨루기를 예고한것은 초반의유연한 전략으로인한 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 구축만으로는 야당의 입지를보전할수 없다는 또다른 현실론에 근거한 것으로 볼수있다.안기부법과 통신비밀보호법 국가보안법등의 개폐와 과거청산등은 민주당이주장하는 개혁의 전제조건이 될뿐 아니라 이들 문제가 어물쩡 넘어갈 경우 책임추궁은 유연전략을 주창한 이대표에게로 집중될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강경책으로 선회할수 밖에 없는 이유로 보인다.
2일 최고회의에서 이대표는 과거청산문제의 관철을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역설하면서 예산안처리와 연계등도 불사할 방침을 천명했다.
당내 강경론자들의 반격에 대해 이대표가 선수를 쳤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문희상대표비서실장은 2일 국회운영위를 공전시키고 3일에는 당무위원-의원연석회의를 소집하는등 과거청산과 개혁입법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 [일부 참석자들이 개혁입법등이 유야무야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에서 연계투쟁등이 표방됐을뿐]이라며 이대표의 유연전략이 궤도수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민주당내의 역학관계를 고려할때 마지막까지 현실론을고수함으로써 명분(과거청산 개혁입법)을 획득하지 못할때는 반대진영으로부터 심각한 반격에 봉착할 수도 있어 단순히 예산심의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으로만 끝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이러한 과거청산과 개혁입법처리의 예산과의 연계방침이 {당내용}인지 {대여용}인지에 대해 여러 분석이 가능하나 이대표의 이번 방침은 명분을 바탕으로당내의 주도권을 장악함과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개혁을 표방하는 문민정부에맞서 야당의 입지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단순히 예산안심의의 우위확보가아닌 최소한의 민주당 요구사항은 관철시켜야한다는 당내외를 망라한 다용도포석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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