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쌀 개방}태풍...시련맞은 청와대

청와대가 {쌀 태풍}에 멈칫거리고 있다.대통령 취임후 9개월동안 개혁을 앞세우며 순풍에 돛단듯 거리낄것 없이 질주해 왔던 김대통령이 처음으로 시련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특히 청와대관계자들은 첫 해외나들이의 성과를 한껏 드높여야 할 시점에 느닺없이 쌀시장 개방문제가 터져나옴으로써 방미의 의미가 퇴색한 것은 물론오히려 {쌀 논쟁}에 불만 댕긴 꼴이 돼 더욱 난감해 하는 기색이다.김대통령은 지난 25일 귀국후 연일 미국방문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26일에는 3부요인과 여야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했으며 27일에는 민자당간부들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29일에는 방미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국회본회의에서 연설까지 하는등전례없던 일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리는 청와대의 의도와는 달리 "한.미간에 쌀시장 개방약속이 없었다"는 해명을 하기위한 듯한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됐다.특히 29일의 국회연설은 민주당이 쌀문제에 대한 언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뒤늦게, 그나마 일부만 참석하는 바람에 모양새마저 우습게 돼 버렸다.더욱이 이날 김대통령의 강도높은 정치권의 선진화 촉구는 적어도 야당인 민주당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듯 했다.

쌀개방 문제는 올 추곡수매가의 소폭인상등으로 인한 농민들의 강경한 반발과 맞물려 정부측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동안 개혁서슬에 잔뜩 움츠려있던 야당도 {쌀}이라는 호재를 활용, 쌀시장개방저지를 위해 장외투쟁을 해 나가기로 하는등 입지강화를 노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김대통령의 첫 외치인 {성공적인 방미}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그 여세를 내치에 연결시켜 또 한번의 추진력으로 삼으려던 구상이 물거품이 돼버린듯한 점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때문에 청와대일각에서는 당장의 현안인 쌀문제보다는 김대통령의 시련이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번져 나갈 것인가에 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인상이다. 김대통령 특유의 위기돌파방법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수 없는 상황인데다 이는 곧바로 정국에 엄청난 변수로 작용할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도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라는 말만을되풀이 할 때가 아니라 국민들의 의구심을 명쾌히 씻어줄수 있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할 심각한 상황임을 청와대는 인식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