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짚어본 93-(2) 고속철 논쟁

경부고속철도 대구통과구간 지상화 건설계획 발표는 93년 대구를 격동시킨최대의 사건이었다.새정부는 전정부의 국책사업 재검토 과정에서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예산절감이 필요하다고 판단, 정부출범 초기에 지하화 건설계획을 지상화로 번복시켜두고 있었다.

이같은 정부계획이 표면화된 것은 8.12 대구 동을보선을 앞두고 내구한 최훈철도청장의 입을 통해서였다. 최청장은 {서대구화물역 백지화} 보도에 대한해명차 대구에 들러 지상화 절감예산으로 화물역 건설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본지에서는 최청장의 지상화 언급을 면밀 검토하던중 칠곡군을 통해 {지상화계획} 일부가 노출되면서 그 문제점을 집중 보도하게 됐다.정부의 지상화 계획은 정책결정의 절차및 타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예산절감에 급급, 국책사업을 지역개발에 역행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비난을 샀다. 고속철도의 경부선 병행 지상통과는 *대구남북 분할고착 *지역균형개발저해 *남북 교통처리 어려움등 심각한 도시개발 악영향을 미친다는게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여론이었다. 또 소음.진동공해, 방음벽으로 인한 도시미관 저해, 기형아출산등 환경피해가 잇따라 지적돼 정부시책에 대한 불만이 폭넓게확산됐다.

여기다 신정부가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지하화 건설계획을 지상으로 변경,피해의식에 젖어있던 지역민들을 크게 동요시킨 계기가 된것. 대구의 이같은불이익에 비해 부산은 당초 지상에서 대부분 지하(터널)로 계획 변경돼 정부결정에 대한 심상찮은 난기류를 조성하기도했다. 시의회 철도사업연구특위는이와관련, 부산의 경우 지하화비율이 77%로 대구의 17%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제출한바 있다.

고속철도 지상화의 부당성과 문제점이 속속 밝혀지면서 대구는 지상화 반대운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대구시는 정부 관계요로에 지상화 재검토를 요청했고, 시의회는 서울에 대표단을 파견, 지하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상공회의소.구의회.종교계.학계가 한목소리로 정책변경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범시민 대책기구결성.지상화 반대서명등 적극적인 시민운동에 나섰다.이같이 지역민들의 여론이 들끓자 지역 정치권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교통부.고속철도건설공단의 무모한 정책변경을 비난하고 지하화 재검토를요구했다. 또 부총리가 참석한 지역당정협의를 열어 정책재변경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같은 시각 청와대의 {모든 역사지상화} 발표로 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구.경북지역의 지상화 반대운동에 대한 서울측 시각은 뜻밖의 것이었다.정권교체에 따른 금단현상 내지는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 또는 고속철도 건설공단을 포함한 교통부가 정책변경의 당위성을 반TK정서로 포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지역 일부 관계자들은 정책입안자들이 정책결정실수를 덮으려 청와대를 끌어들였다는 분석과 함께 청와대의 개입이 적절치 못했음을 완곡히 시인했다.이같은 정부내 {여론만들기}로 일부 서울서 발행되는 신문이 "3개월전 이미보도된 사항을 대구사람들이 뒤늦게 야단"이라는 식으로 보도, 지역민들을자극시키기도 했다. 정부가 6월 발표한 고속철도 건설계획변경안에는 지상화를 단정할 하등의 자료가 없었던터라 지역민들로서는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없었다.

정부내의 {지역 이기주의}시각은 지역민들의 끈질긴 설득과 주장으로 한달여만에 {애향적 당위성}으로 이해 받게됐다. 또 청와대의 {모든 역사지상화 발표}가 주변상황및 문제의 실상을 간과한 성급한 조치였음을 이해하는 이들이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대구시민의 70.8%가 지하화에 따른 추가비용 모금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여론이 이는등 결연한 의사표시를 한 것이(본사.온여론조사) 큰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지역민들의 굽힘없는 노력으로 신임 정재석교통부장관은 12월초 지상화계획 수정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정장관의 발언은 지역여론 수용의사로비쳐져 늦었으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대구시는 정부내의 기류변화를 감지, 지상화 재검토에 확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지하화냐 우회 지상화냐의 선택으로, 후자쪽에 더 큰비중을 두고있는 모습이다. 대구시측은 시의 장기발전을 고려할때 동서변.봉무동지역에 고속철도 역사를 입지시키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지난8월말 대구를 들끓게한 고속철도 사태는 해이된 대구시민정서를 재결속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30년 정권창출지의 {교만}과 {방일}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을 위한 시민적 연대가 절실함을 일깨워준 기회도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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