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미 국내에 들어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본 대중문화와 생활문화를 두고 공식적인 문화개방문제로 한바탕 논란을 빚었다.국교생들은 만화 {드래곤볼}을 읽고 20대 전후의 청년층은 일본풍 옷을 입고로바다야끼에서 친구나 연인들과 만난다.
또 장년층은 일본 전자기술에 바탕을 둔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식민지시대를 살았던 60대는 가끔 술자리에서 일본노래를 부르며 향수를 느낀다.이것이 오늘날을 사는 한국인들의 한 단면이다.
국내에 들어온 일본 문화는 학술, 예술분야의 고급문화보다는 여가, 오락 위주의 대중생활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면서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 자체조사에 따르면 {고급문화}분야에서는 일본이 외국에 대해 수입초과를 보이고 있는 반면 TV프로그램이나 만화영화, 만화책등 {대중문화}분야에선 수출초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전문가들은 일본의 대중생활문화가 우리문화를 잠식하면서 일본문화와 동질화시키고 있는데 선정적이고 퇴폐향락적인 요소가 강해 온갖 폐해를 일으키고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문화가 국내문화산업의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민족 자주성의 약화와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일본은 세계 최대의 만화왕국답게 지적이고 작품성 있는 역사물등 다양한 종류의 만화를 내놓고 있지만 국내에 유입된 만화는 폭력.살상.노골적인 성표현이나 성희롱 장면등 저속한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만화 {북두신권}에는 "좋아, 전부 작살로 푹 찔러 줘라" "어서 (사람을)톱질해"등의 폭력적인 대화가 나오고 {드래곤볼}에는 "질렸다. 여자 팬티안에 그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니"라는 선정적이고 외설적인 말이 나온다.또 "왕비님과 저는 동성애 관계였습니다"({베르사유의 장미}) "(똥을 맛보면서)쪽! 맛이 좋은 걸 보니 아가씨의 것이다"({닥터슬럼프})는 표현에서 보듯 문화적 이질성과 저속성도 한 몫을 한다.
일본만화는 장편임에도 권당 1백만부가 팔렸다는 예에서 보듯 4백억원대에이르는 국내 만화시장의 50%이상을 점유했다는 조사기록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잠식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만화는 일본 만화영화 비디오의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최근 어린이들에게 시청한 비디오중 재미있는 순서대로 지적하라는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드래곤볼}이 1위, {닥터슬럼프}가 2위를 차지하는등일본 만화영화 비디오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일본만화나 일본만화영화 비디오만 골라보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우수만화작가로 선정된 이두호씨는 "폭력과 성을 가미해 말초적인자극만을 주는 일본만화를 방치하고 개방까지 한다는 것은 어린 싹이 일본 햇빛을 받고 자라도록 하는 것과 같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일본 가요는 60년대 이후 흔히 {뽕짝}이라고 불리는 국내 대중가요에서 일어난 왜색조 가요 시비를 시작으로 우리 대중가요에 서서히 침투해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수입이 금지되었지만 70년대에는 일본 가요 {브루 라이토 요코하마}가 대학가와 유흥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80년대에는 마유미의{고이비토요(연인이여)}가 젊은이들 사이에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90년대 초에는 그룹 {라우드니스} {소녀대} {안전지대}등의 노래가 한동안성행했으며 최근에는 {쿠와다 밴드} {튜브}등의 노래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가요가 호응을 얻는 것은 우리 정서와 비슷한 정서를 바탕으로 멜로디가 우리 가요보다 쉽고 감성적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가요는 {원비롱} {돈보} {간빠이} {유끼구니}등이 있는데 오렌지족 사이에선 일본 노래 한곡 못하면 같이 어울리기도 힘든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내가요중 일본음악이 우리 정서에 잘 먹혀드는 것을 활용,표절성을 띤 가요도 적지 않다. 이상은의 {사랑할꺼야}나 변진섭의 {로라}등이 이에 해당되며 일부 장년층사이에선 은퇴한 일본 여가수 미야코 하루미의 LD판이 인기를얻고 있기도 하다.
이용시설의 특성상 은밀히 전파되기 어려운 영화는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문턱을 가장 넘기 어려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한해 3백여편을 제작하는 일본영화는 그중 10여편 정도가 작품성과 예술성을갖추는 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잔인한 폭력, 과도한 선정성을 띠고 있는경우다.
{칼의 문화}로 상징되는 일본의 폭력물은 총기류가 등장하는 미국영화나 홍콩의 무술영화와는 달리 섬뜩한 자극과 충동을 전달하는 면이 많다.선정적 내용 역시 육체나 외모는 비슷할 지라도 우리와는 성윤리감각이나 성개방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는 등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이많다.
가령 사무라이들이 세력다툼을 벌이다 패하고 영주가 죽으면 그 부하들이집단자살을 한다든지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있는 사람의 명예가 손상됐거나 남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등으로 걸핏하면 자살을 하는 일본적 정서나 풍토가 영화에서 자연스레 표현될 수 있다.
또 우리 영화계도 에로물이 범람하는 상태지만 일본영화의 성표현은 포르노에 가까울 정도로 자극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담고 있거나 강간이나 변태성욕자가 나오는등 가학성을 띤 비정상적인 형태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위성방송 안테나를 통해 일본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도 급격히 늘고 있다.지난 92년초 공보처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45만 가구가 위성수신안테나를 이용, 홍콩방송을 포함한 일본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일본 TV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일본적 정서 역시 우리와 맞지 않는 이질적인 요소를 강하게 담고 있다.
최근 일본생활을 직접 체험한 모방송사 기자가 지어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비판서 {일본은 없다}에는 일본적 정서의 단면이 드러난 일본 TV그램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드라마는 대부분 엽기적인 살인을 다루는 서스펜스물이거나 강간, 폭력등 잔인하고 충격적인 내용이고 이렇게 만들어져야 인기를 얻게 돼 있다.사랑하는 남녀가 잘 지내다 남자주인공의 마음이 돌아서자 배신감과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주인공은 칼로 남자주인공을 7-8차례 난도질한다. 이때 선홍색 피가 뿜어져나오는 장면과 남자주인공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또 남편이 아내의 뜨거운 몸이 싫다며 같이 잠자리를 할 것을 거부하자 아내가 찬물로 샤워를 한뒤 동맥을 끊어 서서히 죽어가는 상태에서 차가워지는 몸으로 남편과 같이 잔뒤 다음날 아침에 남편이 일어나보니 침대가 온통 피로물들어있다는 내용도 있다.
건강프로그램에는 상반신을 완전히 벗은 여자가 나오는가 하면 토막살인사건을 보도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살해된 사람의 몸이 어떤 식으로 토막났는지를 모형으로 부위별로 자세히 지적하면서 보도하는 식이다.의식주등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일본의 생활문화도 우리 생활을 포장하면서 의식도 파고들고 있다.
여자의 경우 스트레이트 펑크퍼머, 커트머리, 끈달린 납작한 구두, 색 스타킹, 헐렁하고 긴 외투차림을 하고 다니는가 하면 남자들은 짧은 옆머리에 가운데 부분을 볼록하게 한 머리 모양새, 풍성한 검은색 바지나 반바지, 흰색운동화차림등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의 유행이 그대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일식집이 번창하는 가운데 종업원이 손님에게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거나 존경심을 담은 듯한 말투를 사용하는 등 인사법과 태도에서도 일본식이 스며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화가 불가피한 시대상황속에서 개방과 교류의확대가 요구되고 있으나 국제화가 탈민족화는 아니며 특히 일본 대중문화의침투, 범람은 경제적 정치군사적인 생존의 문제와도 관련된다고 보고 있다.이들은 일본문화의 개방문제에 대해 개개분야별 차원의 처방에 국한하거나매 시기마다 수동적, 편의적으로 대처하는 수준을 벗어나 세계 체제의 개편기에 맞는 국가적, 민족적 발전을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중장기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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