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지뢰밭을 걷는듯한 세상

대형사고가 우려된다고 그동안 수없이 지적해온 도시가스가 폭발해 끝내 대형참사를 내고 말았다. 어제 오후 서울 마포의 도시가스 중간공급기지가 폭발해 12명이 사망.실종됐고 60여명이 부상을 입는가하면 주택50채를 비롯해 건물 1백여채가 파손되는등 엄청난 인명과 재산을 잃는 참변을 당했다.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번 사고의 참상이 어떠했는지는 짐작하고도남는다.현장 목격자들에 의하면 불기둥이 50여m나 치솟아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같았다고 한것처럼 사고현장주변은 아수라장이었고 불길때문에 접근도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이재민도 4백여명이나 발생한 이번의 날벼락도 평소에 안전관리만 철저히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기에 분통이 치솟는것을 누를수 없다. 언제까지 우리는 부주의로 인한 이같은 대형 날벼락을 맞아야 하는지 이젠 두려움이 앞선다.

사고가 난 마포중간가스공급기지는 전기공급시스템의 변전소와 같은 기능의시설로 이곳에서 가스의 압력을 낮추어 가정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므로이같은 시설이 도심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더욱이 사고가 나기 며칠전부터 주민들이 가스가 새는 기미를 발견하고 당국에 여러차례 점검을 요구하기도 했다는데 어떻게 사고가 날수있었는지 도대체 이해를 할수없는게 지금우리의 현실이다.

서울의 경우는 현재 80여만가구가 도시가스를 사용하고있어 도심의 땅밑은가스관이 거미줄같이 깔려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이들 가스관들은 노출되지않아 사람들의 눈에 띄지않는 시설임을 악용해 설치때부터 부실하게 시공된것이 많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그동안 언론등에서 수없이 지적하면서 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으니 빠른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요구해 왔다.그런데 이같은 위험의 지적은 지금까지 대답없는 메아리였을뿐 안전관리를소홀히 해 왔음을 이번 사고로 입증된셈이다. 그렇게 수많은 대형참사를 겪었는데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관행이 곳곳에 도사리고있는 상황을 제거할수있는 길은 정말 없는가. 이제는 국민들이 놀라움이나 분노보다 두려움에 질려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짙은 회의를 갖지않을수없는 상황에 까지 왔다고 본다.

이번 도시가스폭발도 결코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대구의 경우도 전체가구의21%인 16만가구가 도시가스를 쓰고있어 대구땅밑에도 많은 가스관이 깔려있고 앞으로도 계속 깔릴 것이다. 과연 이들가스관은 안전하게 깔려있는지 의구심을 갖지않을수 없다. 통신구화재사고처럼 서울과 같은 사고가 대구엔 없다는 법도없다. 도심을 다니는 것이 지뢰밭을 걷는 것처럼 두려워하는 민심을빨리 안정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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