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이 있어서는 않되겠지만 민족과 역사앞에 지은 죄는 어떤형태로든반드시 응징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백범 김구선생 암살범 안두희에게 테러를 가하고 범행동기와 배후등을 밝히는 충격적인 전기를 마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민족정기구현회 회장 권중희(權重熙)씨(59).
여윈 체구지만 날카로운 눈매에 다부진 인상을 풍기는 권씨는 광복 50주년을맞는 올 한해가 '백범 암살진상 규명을 통한 민족정기회복'이라는 평생의 신념을 실현할 마지막 기회가 될것이라고 단정짓는다.
"암살범 안두희도 이미 80을 바라보는 고령으로 살날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죽기전 자신의 입으로 모든 사실을 만천하에 밝히도록 해야할텐데…"해를 거듭할수록 삭일수 없는 울분만 곱씹어온 그는 광복 쉰돌조차 남달리씁쓰레하기만 하다.
"안두희는 민중의 돌팔매에 묻혀야할 민족의 반역자입니다.잇따른 개인적 응징에도 불구하고 배후규명의 기미마저 없는 이사회의 마비된 정의감이 어느면에서는 안두희보다 더 증오스럽습니다"
언론의 대서특필로 '유명인'이 되어버린 그지만 생활형편은 궁색하기 이를데없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1동에 있는 7백만원짜리 전세집, 이곳이 '민족정기구현회'사무실이자 구십노모와 부인 두아들이 함께 기거하는 권씨의 집이다.
10여년 동안이나 생업조차 내팽개친채 백범 암살범을 추적 응징하고 배후를밝혀내는데만 열정을 쏟아온 덕(?)에 집안살림도 부인 김영자씨(56)가 거의도맡아 꾸려왔다.
'정치란 것이 그렇고 역사가 다그런것 아니오, 혼자서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소.이제 그만하고 가정이나 좀 돌보시오' 권씨 주변에는 이런 충고(?)를던지 는 사람들도 적잖다.
그러나 가당찮은 소리로 일축하면서도 한편 서글픈 분노를 지울수가 없다."애국의 화신이요 광복의 등불이었던 불세출의 민족지도자는 비명에 가게하고그 암살흉적은 유유자적하며 천수를 다하도록 내버려둔 해방후 반세기를 무엇으로 설명해야합니까"
고향인 안동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13세때 '백범일지'를 읽고난 권씨는 김구선생의 가없는 애국심에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한뉘 가슴에 새기게 된다.백범 암살에 대한 회한와 의문을 떨치지 못한채 암살범 추적에 수시로 나섰던 그는 84년 어느 월간지에 실린 '안두희의 고백'이란 글을 읽고 기어코 응징을 결심한다.
"역사와 민족앞에 백배사죄하기는 커녕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 암살범 안두희의 방약무인한 태도를 도저히 그대로 둘수가 없었습니다"87년 3월27일 권씨는 외출나온 안두희를 서울 마포구청앞에서 "이놈이 바로백범 암살범"이라고 외치며 박달나무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쳤다.이사건으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독립투사를 죽인 반역자에게 무슨 일사부재리니 시효를 따지는가"라며 "이 민족이 살아있는한 반역에 대한 응징시효는 영원하다"고 항변했다.
권씨의 안두희를 상대로한 끈질긴 추궁과 설득으로 92년 4월 인천에 있는 안씨 자택에서 43년만에 처음으로 백범암살의 전모에 대해 입을 열게하기도 했다.
거의 독학으로 익힌 문재지만 권씨는 추상같은 논리로 신문·잡지등에 글을투고해 비뚤어진 사회상을 질타해 왔는가하면 재작년에는 '역사의 심판에는시효가 없다'는 책도 집필, 온몸으로 밝힌 백범암살 사건에 관한 모든것을담기도 했다.
"애국은 입이나 지식으로 하는게 아니라 가슴과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백범주의자 권중희씨.그는 분명 한시대의 보기드문 의인이자 기인이다.
〈조향래 기자〉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김문수 패배, 이준석 탓·내 탓 아냐…국민의힘은 병든 숲"
李 대통령 취임사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분열의 정치 끝낼 것"[전문]
李대통령 "모든 국민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
안철수 "이재명, 통합한다더니…재판 중단·대법관 증원법 웬말"
김문수 '위기 정면돌파', 잃었던 보수 청렴 가치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