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아내를 위해 콧노래를 부르며 세탁기를 돌리는 남편, 먼저 귀가한 남편이 아내를 즐겁게 하기위해 부지런히 요리를 하는 모습…TV의 이같은 광고가 광고만은 아닌 시대이다.광복 반세기동안 우리네 가족형태가 달라진것처럼 가족관계,가족가치관도 크게 변화했다. 경북대 교수(사회학)는 "부모-자녀관계,부부관계가 엄격한 상하관계의 틀을 벗어나 보다 민주적인 관계,평등관계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꼽았다.
이 50년동안 특히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것은 부부관계.
해방무렵만 하더라도 특히 중상류층 가정의 부부관계는 부자관계, 군신관계에 비견될만큼 철저한 불평등관계였다. 한마디로 남편은 하늘, 아내는 땅이었다. 반가에서는 생활공간자체가 사랑채와 안채로 구분됐고 남편은 가계,아내는 가사로 역할이 엄격하게 나뉘어졌다. 식사때 남자들은 상에,아녀자는바닥에 내려놓고 밥을 먹는 장면이 흔했고 부부동반 외출때도 아내는 몇발자국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가야만 했다.
차별적 부부관계는 성에 대한 남성들의 이중잣대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났다.48년에 제정된 남녀평등의 헌법에 따라 민법 제810조에 중혼금지조항이 있었음에도 불구, 남성들의 축첩행위는 거리낌없이 계속됐다. 반면 여성들은 일부종사와 재가금지 규범에 옭아매였으며 다른 남자의 손에 잡힌 어깨를 도끼로 쳐버릴정도로 정절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게끔 강요당했다.그러다 60년7월 이태영변호사 등 여성계인사 7백여명이 서울 시공관에서 가진 축첩반대데모는 '아내 밟는 자 나라 밟는다' 등의 구호로 뿌리깊은 축첩관행에 일격을 가한 계기가 됐다.
6.25이후 수많은 가장들의 죽음과 그에따라 가계를 책임지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변화가 시작된 부부관계는 70년대들어 남편의 지위가 상당히 약화됐으며 80년대이후 급격하게 바뀌었다. 과거의 상하관계가 친구같은 사이,동반자적 관계로 바뀌어진 것이다. 부부간의 평어사용은 그 한 예이다. 90년도도시부부의 세력관계에 대한 한 조사,1991년)에서는 대상 부부의 24.7%가 서로 낮춤말을 쓰며, 특히 20대 부부중 55.9%가 서로 낮춤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역할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다. 남자가 부엌에 발만 들여도 '사내체면에…'를 운운했던 남성우위사고가 이제는 남편도 가사를 도울 수 있고 아내도 가계관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어졌다. 정무2장관실의 관련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80.2%가 식사준비,청소,아이돌보기 등 가사를 남자도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응답했다.
'처가와 측간은 멀수록 좋다'던 과거와 달리 처가와 가까이 지내는 것도달라진 변화상이다. 부모-자녀간 왕래에 관한 최근의 한 연구(이상원,1993년)에 따르면 결혼초기 부부들은 남편의 경우 부모와는 일주일에 두번이상전화가 28%, 처부모와는 한달에 두번이상 전화가 29%로 나타나며, 아내는 친정부모와 일주일에 두번이상 전화가 30%, 시부모와는 일주일에 한번 전화가25%로 나타나고 있다.
부모-자녀간 세대변화도 크다. 과거 우리네 부모-자녀관계는 부모의 희생과자녀의 효라는 연결고리로 얽혀져 있었으나 한두자녀시대의 요즘 부모들은오히려 자녀들에 일방적으로 봉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과잉보호와 일류대학병의 부작용으로 버릇없는 자녀들이 양산되며 부모학대 등 패륜범죄가늘고 있기도 하다.
*과잉보호 부작용*
고부관계는 또 어떤가. '나뭇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같이 더 푸르랴/시아버지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귀먹어서 삼년이오 눈어두워 삼년이오 말못해서 삼년이오/석삼년을 살고나니 배꽃같은 요내얼굴 호박꽃이 다되었네…'민요에서처럼 한세대전만해도 고부사이는 '고초당초처럼 매운'관계였다.며느리는 가족중 가장 낮은 지위였고 권리보다 의무가 무거웠으며, 아무리시가를 위해 헌신적이더라도 아들을 못낳으면 소박데기가 됐다.그러나 핵가족이 확산된 70년대이후로는 달라졌다. 물론 3세대 동거가족에서아직도 고부갈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여성의 고학력화와 취업,사회참여가 늘면서 시어머니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의 고방열쇠대신 며느리가 가장의 월급봉투를 관리하며, 시어머니세대의 지식이 영향력을 잃은 반면 며느리의 목소리엔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며느리시집살이라는 신조어가생기기까지 했다.
*며느리목소리 커져*
반면 같은 가문에 혼입해온 여성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모녀처럼 다정한 고부도 적지않다. "시어머니라고 어려워만 하기보단 친정어머니처럼 여겨 마음을 터놓고 미운정 고운정 들이는 것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만든다"고 평소 시어머니와 모녀처럼 지내는 김미자씨(51·대구시 수성구 상동)는 말했다.
확실히 우리네 가족관계는 과거보다 권위주의적,억압적 요소가 줄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질서를 지향하는 쪽으로 바뀌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기적인 혼란함도 없지 않다.
계명대 박혜인교수(가정관리학)는 "이혼,별거 등 가족해체현상과 더불어 애너미(Anomy; 몰가치상황)현상이 현대가정의 한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지적했다.
부모,시부모의 간섭이나 봉양은 싫어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의존한다거나 남편에 대한 실망을 자녀에 대한 집착으로 돌려 자녀의 성공을 자기의 성공으로동일시하는 것 등 가치관의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일부 가치관 혼란*
경북대 한남제교수(사회학)는 "현대의 가족관계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는 과거의 제도적,권위주의적 관계가 민주적,애정적인 관계로 바뀌어진 것"이라고 꼽고 "반면 부부관계의 경우 하늘이 맺어준 관계에서 언제고 파기할 수있는 계약관계로 바뀌어져 가족의 안정성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한교수는 "앞으로 가족관계는 의무와 역할을 강조하는, 합리적이면서도 일면 이기적,계산적인 관계로 변화할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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