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가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연기문제를 검토했다는 서류의 확인은 정보기관의 정치관여악몽이 되살아나는 충격을 준다. 과거 권위주의정부시절 온갖 방법으로 자행됐던 정보기관의 정치관여는 우리의 정치발전을가로막은가장 큰 해악이었음을 새삼 들추고 싶지는 않다. 그러한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 현정부는 출범직후 안기부는 국내정치및 행정관련정보수집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지방선거의 실시여부에 관한 문제는분명히 정치적 사안이다. 이문제에 대한 여론수집과 판단은 굳이 안기부의직무범위를 따지지 않더라도 정부 스스로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할수 있다.이 문제를 놓고 안기부측은 "국가중요정책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여론을 수집하고 분석해 왔다"면서 "이번 사안도 통상적인 자체분석업무의 일환"이라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안기부장이었던 김덕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이 문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이 없으며 지시를 내린적도 없다"고 한것은 안기부해명과 아구가 맞지않는다. 국가 중요정책에 관한 정보수집및 분석이라면 기관의 최고책임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처리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없다. 또 안기부 스스로도 이 문서가 말썽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음인지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고 참고후 즉시 파기요'라고 한것을 보면 처음부터 '통상업무'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만약 이 문제를 안기부해명대로 통상업무의 범위에 넣는다면 국내정치및 행정관련 정보수집업무를 중단하겠다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아스럽다. 뿐만아니라 국가안전기획부법에 명시하고 있는 5개항의 직무범위를 얼마만큼 확대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문민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은 정보기관의 공작정치와 정치관여에 가장큰 피해자의 한사람임을 기회가 있을때마다 강조해왔다. 이제 또 이런 방식으로 안기부가 정치문제에 관여한다면 현정부는 도덕성에 큰 상처를 받게되고 불신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민자당의 지방행정구조개편작업 추진과 일부여권의원들의 지방선거연기 주장이 맞물려 여권에 선거를 연기하려는 저의가 숨어있다는 의심이 안기부문서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혹시라도 지방선거연기문제가 안기부와 여당의 의도적인 연계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게된다면 이것은 정국안정에 큰 악재가 아닐수 없다. 이미 민주당은 이를 놓고지방선거연기 음모로 단정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문제에대해 적당한 해명이나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태도를보이다간 정국불안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것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에게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관련자를 엄중문책해야 할것이다. 가뭄문제 남북문제등 중요현안이 산적한 이번 국회도 이때문에 파행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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