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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투입요청 누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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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손'이 경찰을 움직였는가. 12일 새벽 의장공관과 부의장자택에 대한경찰력 동원을 두고 여야간에 그리고 여권안에서 말이 많다. 험악한 분위기아래서 덤터기를 덮어쓰지 않으려는 당사자들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역사적인 사건에 악역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우선 떠오르는 사람은 황락주의장과 이한동부의장이다. 현경대원내총무는"경호권발동 차원이 아니라 주거침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의 요청에 의해 투입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의장단 요청설을 흘렸다. 경찰측도 12일 오전까지"의장단의 요청으로 경찰병력이 투입됐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의장단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우리는 아니다"였다. 황·이 두사람의공동명의로 "경찰당국이 장기간 불법·무법 사태를 더이상 방관하지 않고 농성중인 의원들에게 철수를 요청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경찰의 판단에 따른 행동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처럼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에 경찰이 전에 보이지 않던'용감한' 행동을 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찰자체 판단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병력요청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찰은 처음의 태도와는 달리 최종발표에서는 "독자판단에 따른 행동이었다"며 "상황을 종합해 의장공관 등에 병력을 투입, 민주당의원들의 불법행위를해소했다"고 번복했다. 경찰주장의 신빙성을 낮추는 반증이다.박범진 대변인은 "우리당은 국회의장이 경찰력투입을 요청하든 않았든 간에민주당의원들의 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의 독자판단에 따라 대처할 수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얼버무렸다. 의장단보다는 경찰에 책임을 떠넘기는태도다.

민자당과 경찰측의 주장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바라보는 민주당은 의장도 경찰도 공권력동원의 주체가 아니라고 보고있다. 박지원대변인은 "의장도 경찰도 서로 자기는 요구하지 않았다니 이것은 분명 정권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투입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여권핵심을 겨냥했다.경찰측의 주장번복에 대해서도 "우리는 참으로 초라한 경찰의 모습에 동정을금할 수 없다"며 "권력기관의 의장체면 살리기에 또다시 경찰이 희생됐다고본다"고 여권과 경찰의 행동을 비웃었다. 경찰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는 여권핵심부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시각이다.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11일밤 당정대책회의를 마치고 의장공관을 방문 황의장과 장시간 독대를 한 김덕룡민자당사무총장을 공권력동원의 핵심이라고 보고있다. 민주당은 주체가 누가됐든 이 사태와 관련, 김용태내무장관 박일룡경찰청장 안병욱서울경찰청장의 파면과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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