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63)

숙취에는 쑥국이 일등이지. 쑥이 술병을 낫게 한대. 아비는 쑥국을 많이 먹어야 해. 시우 너를 봐서라도 아비가 오래 살아야 하는데. 늙은 내가 산들얼마나 살겠냐. 내 죽구, 만약에 네 아비까지 어찌 된다면 너를 누가 보살펴주랴. 천하에 외돌토리가 된 너를 누가 챙겨 거두어주겠냐. 할머니가 서러운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는 쑥을 잘 뜯었다. 나는 한참을 뜯으면 허리가 아팠다. 할머니는 허리가 굽어 오래 참고 뜯었다. 할머니가 쑥을 뜯을때 윗몸이 땅에 붙듯했다. 땀을 흘리며 뜨거운 쑥국을 먹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의 얼굴은 깡말랐다. 살갗이 누르푸르스름했다. 쑥국을 먹을때 아버지의얼굴은 땀에 절어있었다. 쑥국을 너무 먹어 아버지의 얼굴색이 쑥색이 되었다."시우야, 넌 무슨 생각을 하니?"

미미가 강을 보며 묻는다. 세운 무릎에 턱을 고이고 있다.

"아버지"

"아버지는 돌아가셨다며?"

"말은 해. 볼 수는 없어"

아버지는 나무관에 담겨졌다. 마을 사람들이 관 뚜껑을 못질했다. 그 관을뒷동산에 묻었다. 관위에 흙을 부었다. 흙을 다져 밟았다. 배불뚝이 아이처럼 흙을 둥그맣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만약 눈을 뜬다면, 관을 열지 못할 터였다. 흙을 파헤치지도 못할 것이다. 엄마와 시애는 오지 않았다. 할머니가섧게 울었다-죽어도 눈 못 감았을게다. 시우를 남겨두고 너 먼저 가다니. 불쌍한 우리 시우 어떡하라구. 할머니가 무덤에 엎어져 일어날줄 몰랐다. 춥지는 않겠지만 아버지가 어떻게 무덤에서 나올까. 나는 그 생각만 했다. 그날밤 나는 삽을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둥그만 흙을 팠다. 아버지가 기어 나올수 있게 굴을 만들었다.-시우야. 무슨 짓이니? 어느새 할머니가 등 뒤에 있었다. 달이 밝았다.-아비가 보고 싶어 그러냐? 할머니가 나를 껴안고 울었다. 날이 밝자 나는 할미꽃을 캐왔다. 할미꽃을 무덤에 심었다. 할머니는 아버지 옆에 있는데 내 꽃은 없었다. 나는 진달래를 내꽃으로 삼았다. 진달래를 뿌리째 캐어와 무덤에 심었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보고 기특하다고 말했다.

"여기로 오기 전 종성에 있을때 무슨 일했니?"

미미가 얼굴을 돌려 묻는다.

"호텔 지하실"

"무슨 호텔?"

"황금…"

"그럼 나이트클럽이게?"

나는 머리를 끄덕인다.

"갱단이 운영하니?"

"최상무파야"

"최상무파? 신문에서 본거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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