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어머니의 편지

겨우내 묵은 방안의 먼지를 털어볼 참으로 장롱위에 얹혀 있어 좀처럼 손이가지 않았던 물건들을 의자를 놓고 올라가 모두 내려 놓았다.별 필요를 못느끼는 물건들이 뽀얗게 먼지를 쓴채 있었다. 그중에서 네모반듯한 종이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편지함이었다. 결혼후 형제들과 친척들 또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들을 보관해 둔 것이었다. 잠시 일손을 멈춘채 뚜껑을 열고 편지를 꺼내 추억이 담긴 내용들을 읽어 내려갔다.세월이 많이 지난탓에 잊고 있었던 옛일들이 편지속에서 새록새록 재생되었다. 많은 편지들 가운데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편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받은 친정어머니의 편지였다.지금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때쯤인 새댁시절에 시골에계시던 어머니께서 막내딸인 내게 보내주신 편지였다. 그때는 전화도 없었거니와 편지쓰는 일이 즐거워 부모님께 자주 편지를 해 드렸다. 시어머니의안부로 시작된 어머니의 편지는 당신께 자주 편지를 해주어 고맙다는 답장인 셈이었다.

어머니는 당신 글씨가 옛날 글씨여서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잘 알아서 읽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연세 많으신 어머니의 편지를 그것도 처음으로받아보는 순간 너무 기쁜 맘에 그자리서 답장을 해 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이후 어머니는 병환으로 자리에 누우셨고 올해로 칠순이 되셨다.다행히 아직 산책정도는 할수있지만 다시는 딸에게 이같은 편지를 쓰실 수는없으신 것 같다.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 편리함은 제쳐두고라도 더이상 편지를 쓸 시력이나 기력이 없으시기에….

어머니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편지를 색이 약간 퇴색된 봉투에 넣어 다시 편지함에 소중하게 간직한다.

김순화(대구시 서구 비산2동 67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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