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품에 직접 접촉

90년대 들어 문학·예술뿐 아니라 문화·사회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수나 본질이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깊이 이해되고있는걸까.이 시대의 대표적 포스트모더니스트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선별번역, 표피적인 이론이 아닌 실제 작품을 접해볼 수 있게 한 기획 '포스트모던 걸작선집'(웅진출판 펴냄)이 나와 관심을 끈다.

이번 선집은 커트 보네 것, 저지 코진스키, 지인 리이스, 보르헤스 마르께스, 존 바스, 토머스 핀천, 도널드 바셀미등 60년대 이후 세계 문단을 주도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담고 있어 대부분 영어로 쓰여진 이론서만 읽거나 아니면 그런 이론서들을 적당히 조합, 번안한 공허한 내용의 글이나 책만을 읽어 섣부른 모방에 급급한 국내 현실에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이들은 격변하는 사회현실, 정치상황, 영상매체의 영향력 증대속에서 더 이상 관습적인 모더니즘적 소설 양식으로는 가변적이고 불가해한 현실의 리얼리티를 포착하거나 재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아래 새로운 출구를 탐색하고있다. 단순한 말장난이나 경박한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삶의 무게와 복합적인 시각, 심오한 성찰등이 깃들어 있다. 모더니즘 소설이 개인적이고 사적이라면 공동체적이고 공적인 삶의 가치를 인정하며, 난해하고 고답적인 모더니즘과 달리 평이하고 대중적인 것을 지향한다. 따라서 탐정소설이나 SF같은형식을 즐겨 차용, 분명한 결말이 없는등 저자의 권위보다 독자의 해석을 중요시해 대조된다.

이번 선집중 최근 나온 제 5권 '편력'은 미국으로 망명한 폴란드 작가 저지코진스키의 작품으로 '정원사 챈스의 외출'도 함께 수록돼 있다. 코진스키는'자아'와 '집단행위'로부터 시작해 미국사회, 더 나아가 인간 사회의 일반적비판으로까지 나아간다. 완전히 텅빈 공허한 인간 '챈스'를 통해 오늘날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집단적 미디어의 허상을 통렬한 아이러니로 보여주고 있다.

제3권 '제일버드'는 미국 소설가 커트 보네것의 작품으로 선량한 사람들이무참하게 파멸하거나 몰락하거나 죽거나 하는 부조리를 담담한 문체로 서술,독자의 마음을 강타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은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개인의 의지나 희망으로는 결코 개혁할 수 없는 세상의 암담한 양상을그리고 있으나 훈훈한 인간성으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제 1권 '사랑은 오류'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개괄적인 설명이 담긴 장을 담고있다. 한편 제 4권 '경마장의 함정'(존 혹스)은 곧 출간될 예정이다.〈신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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