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영송씨 내영혼의 적들, 서영은씨 꿈길에서 꿈길로

인간 영혼의 구원에 대해 시대나 실존 두가지 방향에서 접근한 두 중견작가의 장편소설이 나와 상업성에의 투항이 두드러지고 있는 부박한 소설들이 판치고 있는 현금의 문학풍토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호영송씨(53)의 '내 영혼의 적들'(문학동네 펴냄)은 시인인 호씨가 지난 73년 소설가로 데뷔, 첫 창작집 '파하의 안개'를 낸 이후 21년만에 낸 장편소설. 80년대를 배경으로 인간이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살 수 없게끔 옥죄는것들의 실상과 이에 대항하는 지식인들의 초상을 보여준다. 한때 올곧은 의식의 소유자였으나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소설가 최성빈, 그 대척점에서시대의 폭력과 맞서는 시인 도명수, 이들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성격인 소설가 오지원등 암울한 시대상황에 대처하는 지식인들의 전형을 드러내고 있어주목된다.

폭압적인 시대상황이 인간을 어떠한 유형으로 변질시키는가를 생생히 보여주는 이 소설은 우리 영혼을 좀먹는 적들로는 정치폭력이나 이데올로기 뿐만아니라 권력의 힘에 굴복하는 지식인도 포함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지구의 도처에서 현재와 같이 영혼이 위험에 직면했던 때는 없었다"는 시몬느 베이유의 말은 지금도 유효한 경고라고 말하고 있는 호씨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80년대 회고담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미세한 촉수를 드리운 채유무형의 압력을 가하는 폭력의 실상과 그 폭력을 호흡하며 살아가는 영혼의상처를 보여줌으로써 현재도 안일한 일상 속에 깊이 잠복해 우리를 잠재우려는 막강한 내부의 적들을 전율스럽게 환기시킨다.

서영은씨(52)가 8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꿈길에서 꿈길로'(청아출판사)는일종의 '로드 로망'으로 실제의 여로와 삶의 여로가 포개어져 있는 길 위에등 장하는 두 여성이 뜻하지 않은 모험을 함께 하며 사랑과 인생에 대해 주로 담론을 나누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작가와 매우 닮은 것처럼보이는 연극배우 한진옥과 잡지사 기자인 박희주가 이라크 여행길에서 서로의 삶의 아픔을 치유, 인간의 주관성의 폐쇄성을 넘어 넉넉한 보살심(보살심)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씨는 자기 내부의 이기심을 먼저문제삼아야 하며 '인간의 범속한 존재성을 신화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리는꽃같은 의지'인 '운명의 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눈'과 '봄'으로 표현되는,모든 것을 포용하는 '제3의 성'으로의 나아감은 풍성한 내포를 가진 함축적인 언어 운용과 함께 현금의 우리 소설의 주제의 가벼움과 언어 밀도의 약화현상을 돌아보게 한다. 서씨는 이 소설에서 문단의 거목으로 지난 91년 여름뇌출혈로 쓰러져 지금까지 투병중인 남편 김동리씨와의 사랑이야기와 남편,자식들과의 불화 경험등을 담고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신도환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