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고권자 백악관 24시 대해부

1991년 8월 하순의 어느날 아침, 미국 아칸소 주지사 클린턴 부부는 영빈관에서 눈을 떴다. "당신은 꼭 나가야 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요""왜 그렇게 생각하지?" "당신은 가장 잘 어울리는 대통령감이니까" "정말로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네. 그렇다니까요"'워싱턴 포스트'지의 편집국 부국장인 보브 우드워드(Bob Wood)가 쓴 '대통령의 안방과 집무실'(원제 The Agenda-INSIDE THE CLINTON WHITE HOUSE)은이렇게 침대에 누워 주고받는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강대국의 권력자의 탄생과 곡예나 마술과도 같은 정치를현장을 지켜보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엮어내는 이 책의 서두는 이렇게 클린턴의 불안과 힐러리의 확신에 찬 어조등 지극히 인간적인 체온과 숨결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젊은 기자 시절, 워터게이터 사건 취재로 닉슨을 사임케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명기자 우드워드가 단지 우리 풍토처럼 온갖 추측과 억설과 재미로 이같이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백악관 얘기를 시종일관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통령 취임 후 2년을 채 넘기지 않은 시점에서 현직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주요 인물들의 움직임을 상세하고 극명하게, 뚜렷한 근거를 대고 저술한 이 책은 2백50명에 이르는 정부관계자를 직접 만나 확인한사실에 입각하고 있으며 그 자료, 기록, 사본, 녹음기록 등은 모두 복사해그의 모교인 예일대에 기증, 40년 후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최고 권부의 겹겹이 둘러친 비밀의 장벽을 넘어 안방이나 집무실까지 들여다보며 지상 최대의 권좌와 그 자리에 앉은 주인공을 추적, 허상과 실상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권력의 해부에 있어 권력의 기구나 그 행사 자체보다그것을 만들고 움직이는 사람 위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문민정부에 들어서도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정치행태가 판치고 있는 우리나라의경우 이같은 책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하는 점과 관련, 선진 민주정치와 깨끗한 정치를 위해 좋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문학사상사에서 펴낸 이책은 임홍빈씨가 번역했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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