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00)

기요의 쌍말에 다른 손님들이 놀란다. 모두 돌아본다. 서둘러 자리 뜨는 쌍도 있다."너 왜 반말 지껄이야. 몇 살이니? 나보다 대여섯 살은 밑이겠다. 그래, 말뚝을 박아봐!"

노경주가 의자에서 발딱 일어선다. 나도 따라 일어선다. 카운터 뒤에 있던남자가 이쪽으로 온다. 중년 뚱보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다."형씨, 분위기를 봐서, 참아요. 아가씨도 참으시구. 이러심 우리 영업 망칩니다. 진정하시구, 조용조용 말로 타협을 보셔야지"

주인이 말한다. 그때, 커피점 유리문이 열린다. 짱구다. 짱구가 이쪽으로 온다. 나는 의자에 주저앉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윗통까지 벗구"

짱구가 기요에게 묻는다.

"이 쌍년이 따지잖아. 시립복지원 직원이래. 마두 찾아왔는데, 우리가 뭐 마두 고향을 못찾아 줬다나. 그게 어디 우리 책임이야? 엇따대구 충고야. 우리가너들한테 충고 듣게 됐어! "

기요가 입에 문 담배필터를 질겅거린다. 기요는 짱구보다 말발이 세다. 성질이 급하다. 휘발유처럼 쉽게 타오른다. 빨리 꺼진다. 시비는 늘 기요가 건다.뒤처리는 짱구가 맡는다.

"아가씨, 앉읍시다. 앉아서 얘기해요. 시립복지원이라면, 마두가 거기 갔다왔죠. 그때 알았겠구먼"

짱구가 굵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노경주의 어깨를 눌러 앉힌다. 자기도 옆자리에 앉는다.

"난 당신네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시우씨를 돕고 싶어 찾아왔을 뿐이에요"노경주가 새침하게 말한다. 핸드백에서 누른 편지봉투를 집어낸다. 그 속의서류를 꺼낸다. 서류를 펼쳐든다.

"그건 뭐요?"

짱구가 노경주에게 묻는다.

"시우씨 호적등본과 주민등록표예요"

"어디서 입수했수?"

짱구가 묻는다. 기요는 잠자코 있다. 커피를 마신다. 딴전을 피운다."제가 시우씨 고향 면사무소에 민원을 의뢰했죠. 거기서 시우씨 호적등본과주민등록표를 우송받았어요. 여기 보면, 아직도 시우씨 할머님이 생존해 계셔요. 올해 연세가 일흔둘이에요…"

노경주가 말한다. 나는 깜짝 놀란다.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다니. 할머니가보고싶다. 할머니도 나를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나는 아우라지로 돌아가고 싶다. 여량역에서달구지길로 잠시 걷는다. 나루터가 나온다. 배를 탄다. 강을건넌다. 마을이 있다. 우리 식구가 살던 집이 있다. 할머니가 삽짝으로 뛰어나온다. 나를 부둥켜 안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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