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179)-도전과 응징(10)

내가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무수히 맞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차에 실린 것만 기억한다. 나중에 보니 차 뒷 트렁크였다. 그것도 확실치가 않다. 어쨌든 좁은공간이었다. 철판이 나를 가두고 있었다. 사우나실안처럼 쪘다. 살이 익었다. 더위가 물러가고 비가 왔다. 빛이 들어오던 틈이있었다. 틈으로 빗물이 들어왔다. 나는 손을 내밀어 비에 적셨다. 빗물을 핥았다. 나중에는 손이 빠지지 않았다. 그런 모든 기억조차 흐릿하다."폐차장이었어요"경주씨가 말한다. "찌그러진 폐차 뒷 트렁크에 처넣고 문을 닫아버렸죠. 폐차장 인부가 쇠 지렛대로 겨우 문짝을 뜯어냈어요. 문짝을뜯어내고 보니,시우씨가 처참한 상태로 그 속에 방치되어 있었지 뭐예요.처음은 시체인줄 알았어요. 인부와 함께 피투성이가 된 시우씨를 들어내고보니 숨이 겨우 붙어 있더군요"나는 듣고만 있다. 그런 과정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않다. 그때 분명 나는죽어가고 있었다.

"바깥조차 한증막 같은데 트렁크에 갇혀 칠 일 동안을 버텨내다니"경주씨 옆 여자가 말한다. 키작은 경주씨에 비해 키가 엄청 크다. 어깨가넓다. 흰 옷을 입었다.그제서야 나는 그 여자가 간호사임을 짐작한다."트렁크 철판이 구겨져 여기저기 틈이 있었던게 다행이야요. 그 틈이 환기창 구실을 했을 테니깐요. 이런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시우씨는 생각이단순하거던요. 야성적이랄까, 야생적본능이 시우씨를 살렸을 거예요. 인간이이 땅의 모든 생명체를 지배한다지만, 인간은 사실 의외로 약해요. 인간은자신들이 발명해낸 온갖 문명으로 허장성세 포장하고 있을 뿐이지요. 동물들을 관찰하면 어떤 면에서 인간보다 훨씬 강한 생명력을 지녔잖아요"경주씨가 말한다.

"그렇다면 마씨가 동물적…"

간호사가 묻는다.

"순수한 자연인이란 말이죠. 문자의 발명이 오천년정도이니 일만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인간과 동물의 차별성이 없었잖아요?"

"마씨는 당시 정상적인 몸이 아니었습니다. 트렁크에 방치되기 전에 이미중태였어요. 그런 몸으로 칠 일째까지 살아있었다는 건 정말 기적이야요. 출혈 과다에 우측 경골과 늑골의 골절, 탈창, 극심한 영양실조, 무엇보다 탈수증을 어떻게 극복해냈는지. 닥터들도 그 점이 의문이래요. 의학적으로 쉽게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다행히 비가 와서, 그 비가 시우씨의 끊어지려는 생명을 연장시켜준 거죠"

경주씨가 말한다.

눈꺼풀이 무겁다.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온 몸이 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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