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복50-새지평 열자(1)

다가오는 21세기 태평양시대의중심에 우리민족이 자리잡기위해 광복50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찬란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오늘의 우리에게 주어진과제가 아닐수 없다.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시리즈를 싣는다.광복 50주년이 주는 의미가 우리 민족의 통일문제와 연관되면 그대로 한반도분단 50년이라는 질곡의 역사에 다름아니다. 45년 일제압제로부터의 해방은 곧바로 시작된 미국과 소련의 군정에 의한 냉전체제속에 편입돼 우리 반도의 이란성 기형쌍생아를 잉태했기 때문이다. 36년간의 서러운 일제 압제에서 벗어나자마자 우리민족은 그 보다 더 뼈에 사무치는 동족상잔의 비극 6·25를 치러야하는등 이미 반세기의 한맺힌 민족분단을 감내하고 있는것이다.통일-외교 50년사를 돌이켜볼때 '하나되기'위한 우리의 몸부림은 어땠는가. 우리는 과연 민족통일을 주도할만한위치에서 통일역량을 키워왔는가.냉철히 반성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제1공화국에서는 분단의 영속화를 방지코자 북진통일론을 내세웠지만 대내결속도 국민통합도 이루어지지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남침을 당하는 비극까지발생했다. 2공화국에서는 윤보선대통령이 취임연설을 통해 "통일이전이라도우리는 먼저 이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하고 그렇게 될때에만 한국의 통일이 의의가 있을것"이라는 선건설-후통일방침을 천명했음에도 학생등 일부 계층의 감상적 북한이해등으로 혼란만 조성됐다. 제 3, 4공화국에서는 냉전이데올로기와 강력한 군사정권에 의해 벽은 더욱 두터워졌다는 것이 중론. 그나마 경제력에 뒷받침된체제우위를 바탕으로 선의의 경쟁을 촉구하는 평화통일구상선언(70년 8·15)에 이어 72년 7·4공동성명, 73년 '평화통일외교정책선언'(6·23선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북한을 처음으로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고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의미있는것으로 평가되고있다.단편적 선언으로 발표됐던 통일정책들은 5공화국에 들어선 82년 1월22일 '민주화합민주통일방안'이 발표됨으로써 비로소 체계화된 통일방안의 모습을갖추게 된다. 5공화국들어 통일정책의 특징은 남북정상회담개최와 시범협력사업등을 시도, 대북정책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는 점. 이같은 접근방법은 경제사회분야의 교류만으로는 통일을 앞당기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정상회담등 정치분야의노력을 가미해야하는다는 '신기능주의'노선으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6공)에 이어져 지금까지 통일방안의 기초가 되고있다.지금은 어떤가.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김일성 사망, 북-미제네바합의,남북경협활성화, 대북 쌀지원, 평화협정체제임박. 최근 우리 주변에서 몰아치고있는 '세기적'사건들은 한반도와 그 주변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있음을웅변하고 있다. 이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통일나침반'은 어디에 있고어디를 지향하고있는가. 사안마다에서 우리의 합일된 목소리를 찾기도 쉽지않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통일정책을 조율, 분단을 관리하고 평화적 통일을달성할수 있을까.

동구공산권몰락으로 세계질서차원의 냉전구조가허물어지고 그 결과로 독일통일이 실현됐을때 우리는 탈냉전의 화신이 곧 우리에게도 다가들것으로믿었다. 더구나 냉전의 종식은 사회주의의 자체붕괴로 가능했고 따라서 한반도 분단극복도 자유민주주주의 주도로 진행될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95년현재 우리는 우리나름대로의 토착적인 분단요소가 누적돼 왔음을 새삼 발견하지 않을수없다. 분단의 선천성 원인은 해결됐지만 후천성요인이 제거될 조짐은 아직까지발견되지않고 있다. 한반도만은 여태껏 냉전체제의 마지막 대결장으로 엄존하고있는것이다.

우리가 통일-외교분야에서 전적으로 의지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4강의 실체는 또 어떤가. APEC(아·태경제협의체)을 주도하려는 미국이나 중화경제권을 형성, 군사대국에 이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려는중국, '신보수주의'바람속에 정치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일본등이 한반도 통일을 가시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줄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통일외교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통일의 길도 결국 우리 내부의 역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원의 박갑수정보분석관은 "역학관계상 남북한을 분단상태로 고착시키고자하는 주변국들의 원심력에 비해 남북한이 하나를 지향하는 구심력이 더강한때에는 저절로 통일이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력은 현금 보유고와 같고 외교력은 수표와 같다'는 크라우제비츠의 말을 인용 "일단은 우리의 자주국방력을 강화하고 훌륭한 내치가 뒷받침된 연장선장에서 자주성이 발휘되어야 북한과 주변국을 움직일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직된 북한을 움직이는 방법과 관련, "받아먹게만 하는 당근만사용할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채찍을 들때도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통일정책 관계자도 우리의 대중국·러시아 수교에 따라 북한 또한대미·일수교를 서두르고 있음을 지적, "남북관계가 동결된채 이같은 양상으로 전개되면 주변 4국의 한반도 분할통제유혹과 효용성은 더욱 높아질것이고국제사회에서 남북한이 치러야할비용은 대폭 늘어날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독일통일사를 참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김경원사회과학원장은 "청일전쟁이래 지난 1세기동안 우리가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어느 영향권에 드느냐가 중요했고 한반도가 한쪽 영향권에 들면전쟁이 발발했다"면서 세계질서에 대한 우리나름의 자주외교가 절실함을 강조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김용호박사는 통일문제에 있어서 합일된 목소리를강조한다. 김일성조문파문, 북한쌀제공문제등은 우리가 북한을 보는 시각,통일에 대한 전술등에 있어 얼마나 취약한가를 노출시킨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다. 그는 또한 "독일통일이 계획대로 다가온것이 아니듯 갑작스런 통일에대비하는 자세도 아울러 갖춰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지적하는 점은 결국 한곳으로 모아진다. 우리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서는 남북관계, 국제질서를 주도적으로 이끌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우리의 내부역량을극대화하고 국민들과 통일정책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면서 자주외교를 통해 '분단'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분단 50년을 보낸 지금 우리는 '신분단'이라고 칭할 또다른 '늪'에 빠져들고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실인식, 노력, 의지에 따라 상황전개는 우리에게 우호적일수도 적대적일수도 있다. 광복과 분단이라는 이질적 용어속의 50년, 21세기를 불과 5년앞둔 시점에서 우리는'완전한 광복'을 위해 또다시 민족역량의 시험대에서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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