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자금설' 야권 두갈래 기류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비자금설이 터지면서 야권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권의 검은 자금과 관련해 여권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야권의 정치자금 문제도 쟁점화해 들고나온 것이다.이때문에 민주당에 의해 떳떳지 못한 정치자금 전주로 비쳐지고 있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상임고문과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민주당의 정치자금관련공세는 지난 4일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상임고문을겨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민주당은 총재단회의를 마친후 "5·6공 당시야권에서도 정치자금을 떡 주무르듯 한 정치인이있다"며 신당창당 선언후분당해 나간 신당의 김고문을 공격하는 호재로 삼았다. 민주당은 이날 총재단회의 발언록도 공개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검은자금의 대주주들은 이번사건으로 가슴이 뜨끔할 것"이라며 김고문을 코너로 몰았다.새정치국민회의측은 이같은 공세에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도 자신들에게쏠리는 정치자금관련 시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인상이었다. 이 때문에비자금설이 유포된 초창기에 여권에 대한 공세를 자제해온 새정치회의측은서석재전장관이 전직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국세청등에 문의한 사실등을들어 형사고발을 검토하는등 뒤늦게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자금과 관련된 공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7일 열린 총재단회의에서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전직대통령과현정부에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야권의 정치자금을 재차 거론해 정치자금문제를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총재단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수사 당시 전직대통령과 5·6공실세 계좌외에 현야당고위층에게도 1백억원의 정치자금이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수사를 중단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자금 의혹을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이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와 여,야합의에 의한 국정조사권 발동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가두서명과 장외집회등 가두투쟁도 불사하겠다고밝혔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자금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극한 투쟁도서슴지 않겠다는 강한 입장이다.

총재단회의에서 나온 현야당고위층은 나중에 당관계자에 의해 김종필 자민련총재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당은 공식적인 확인을 회피했다. 총재단회의발언을 새정치회의 김고문과 자민련 김총재 양측에 모두 흠집을 내는 다목적용으로 활용하려 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정치자금 공세는 당내외를 향한 다목적 카드로 활용되고있다. 민주당은정치자금에 대한 양김씨의 공격을 통해 차별성과 선명성을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정치자금에 관한한 민주당은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 정치자금 공세를 당내분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하고있다. 여야정치권의 검은 자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당이 똘똘뭉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이기택총재와 구당파간의 의견대립이 당권싸움으로까지 비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해온 민주당은 이기회를 통해 양측이 한 목소리를 낼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자금과 관련된 야권에 대한 공세로 공격목표를 분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3김퇴진과 세대교체를 기치로내건 입장에서 이기회를 놓칠 수 없는 호기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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