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배성동·명지대교수 정치학)-유럽여행

여행은 즐거움과 고달픔이 함께 한다. 이국의 생활 풍습을 접하고 그 고장음식을 맛보며 역사적 건축물, 음악·미술을 감상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고달프다는 것은, 그 많은 것을 잘 보려면 걷는 수밖에 없으므로 다리가 아프고 올 여름처럼 더운 때는 쉽게 지친다. 유럽의 여름은 밤9시가 넘어야 어두워지므로 더 오랜 시간을 돌아다니게 되어 고단하게 되기 십상이다.호텔의 시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기 집처럼 편할 수는 없다. 쉬어가는길손에게 "집처럼 생각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있는 것을 보면 누구에게나 자기 집이 제일 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잦은 도난사고 봉변**

유럽의 4대도시-런던·비엔나·부다페스트·프라하-를 다니면서 얻은 인상을 몇 가지 적어보자.

무엇보다도 관광지마다 한국의젊은이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보면서대견스럽고 흐뭇함을 느꼈다. 나의 경험도 그렇지만 젊어서 여행을 다니며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는 것이좋다. 지금 40대 이상의 세대는 여행의 자유와 돈,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젊은 날의 해외여행이란 생각조차 할수 없었다. 그들이 고생하여 경제를 일으키고 이제는 그 아들딸들이 이렇게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다니게 되는구나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좋았다.현지 공관의 얘기로는 어느 도시나 하루에도 몇 건의 도난사고를 당하고,더구나 짐·여권·돈을 몽땅 털리는 변을 당한다고 하는데 조심할 일이다.한국 사람이 현금을 지니고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여권이 암시장에서 5천~8천 달러에 팔려서 그것을 노리는 소매치기들이 많다고 한다. 현금은소액만 몸에 지니고 카드나 여행자수표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여권은 호텔의안전금고에 넣어 두거나 몸에 깊이 감추고 다니는 것이 옳다.한가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가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면서도 우리 돈이 국제시장에서 통용되지 않아 일일이 돈을 바꾸어가야하는 일이다. 앞으로 OECD에 가입하면 그렇게 되겠지만 한화를 해외에 가지고 나가자면 지금보다 더 고액권(5~10만원권)이 발행되어야 할 것이다.비엔나에서는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할 때 살았다는 집(현재기념관)옆의 호텔에 들었는데 1762년부터 영업을 한 모양이다. 그래도 현대식 호텔로서 갖출 것은 다 있었다.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지은지2백년이 넘는 것은 확실하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를 겪은 뒤라 새삼 감명이 깊었다.**2백년된 현대식호텔**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의 큰 도시로서 한때 유럽 전체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였다. 백년 전에 지은 다뉴브 강변의 국회의사당은 그 규모나 건축미가 대단하였다. 그러나 공산체제 아래 건물의 유지 보수를 옳게 하지 않아 퇴락한건물들이 도심에도 더러 보였다. 처음에 아무리 잘 지어도 손을 보지 않으면허물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 주었다.

헝가리는 우리와 같은 언어 계통의 민족인 마자르 족의 나라인데 서양사람과 달리 성을 먼저, 그리고 이름을 뒤에 쓰며 아들을 낳으면 고추를 새끼에매어 내다 건다고 한다. 마늘을 주렁주렁 달아 놓고 많이 먹는 것도 우리와다름이 없었다. 헝가리는 온천의나라로 부다페스트 시내만도 백여 곳의 온천이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뜨겁게 하지 않고 겨우 36~38도 정도로 하니 우리로서는 온천 기분이 나지 않았다. 헝가리 음식인 굴라시는 찐득한 국물이있는 소고기찜과 같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프라하로 가 보자.

체코는 몇 년 전까지 한 나라였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서쪽 부분이 따로분리되어 생긴 나라다. 공산권이붕괴된 뒤 각 민족들이 독립국가를 세웠는데 체코슬로바키아의 경우 가장 평화롭게 합의이혼하듯 분리되었다. 그국민들의 성숙함을 보여준 것이다.

체코는 양차대전 사이의 시기(1914~1945)에는 유럽에서7번째 안에 드는선진국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40여년 간의 공산주의로 인하여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공산체제 붕괴 이후 5년여가 지났으나 아직도1인당 국민생산이 3천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을 따름이다.

**'공산40년'후진국 전락**

프라하는 우리의 이씨조선이 건국되던 14세기에 칼대왕의 영도 아래 건설되었다. 그때 지은 몰다우강을 가로지르는 대교는 유럽에서 두번째로 오래된다리인데 지금도 건재하며 그 아름다움으로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프라하 대학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중 하나이며, 20세기 초에는 새로운 세기의 예술로 평가된 '아르누보'를 처음 시작했던 곳이 프라하였다.그러한 기초적 능력을 갖춘 국민이므로 앞으로 오래지 않아 서유럽 국가들과견줄 수 있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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