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초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들이 천리경, 자명종, 천문도등 서양문물과 그것들을 해설한 한문책을 이땅에 처음으로 들여와 충격을 준 이래,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서양과학기술에 대해 조선의 지식인들은 그 편리성과 정확성을 더이상 방관만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특히 청나라의 앞선 문물과 과학기술을 받아 들이는 길이 부국강병의 지름길로 생각했던 북학(북학)파 실학파들은 앞시대 경세치용 실학파들이 토지개혁 서얼철폐등 사회제도개혁에 중점을 두고 서양과학기술을 단순히 소개하던 정도의 수준에 만족할 수 없었다.청조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되 자주자강(자주자강)적 입장에서 적극적으로수용하려했던 북학파들은 과학기술의 원리를 파악, 이용후생에 활용하는 한편 우리의 전통사상과 접목, 이론화 하고자 노력했다.
나주목사를 지낸 남양 홍씨 18세손 홍역의 아들로 충청도 천원군 수신면장산리서 태어난 담헌(담헌) 홍대용(홍대용, 1731~1783)은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지전설(지전설)을 주장, 이를 토대로 근대적 우주론을 펼쳐 북학파의사상적 토대를 마련하고우리나라에 과학적 우주론을 최초로 도입한 선구자가 됐다.
양반가의 후손이면서도 부정이판치는 과거 공부에 환멸을 느끼고 당시의은둔 대유학자 김원행(김원행) 문하에서 위기지학(위기지학)에 몰두하던 담헌은 35세때 연행(연행)사절단의 서장관이었던 삼촌 홍억(홍억)을 따라 중국북경을 다녀오면서 근대적 천문관측소가 있던 천주교회 방문기등 청나라의문물을 기록, 당시 큰화제가 됐던 연행일기 '담헌연기'(담헌연기)를 펴내고,이어서 그의 과학·철학사상이 담긴 '의산문답'(의산문답)과 '주해수용'(주해수용)이란 수학책을 써 북학파의 선구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우주론격인 '의산문답'은 기존 관념사상에 사로잡힌유학자를 허자(허자), 새로운 사고체계를 모색 참학문을 하는 사람을 실옹(실옹)으로 설정,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지구를 포함한 태양, 은하계등 우주가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구조론)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해 가는가(생성진화론), 그리고 사람은그속에서 어떻게 사는가를 설명하고 있는데 담헌은여기서 지구는 회전한다는 것, 우주는 무한하다는 것, 만물은 기(기)로 만들어졌다는 것등 자신의 학설을 피력한다.
실옹은 먼저 허자가 전통유학자들이 종래의 개천설(개천설)이나 혼천설(혼천설)에 따라 하늘은 둥근평면이거나 반원이고 땅은 모나거나 둥근 평면이라고 믿고 사람 , 하천, 물체등 지상의 모든 것이 위쪽의 평면위에 몰려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해 땅덩이는 구(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의 둘레는 9만리이고 하루 한번씩 회전하며 그 속도가 벼락보다 빠르고 총탄보다 빠르다고일러 준다.
실옹은 또 해, 달, 별이 하늘에 걸린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 허자에게 무한히 넓은 우주공간은 기(기)로 가득차 있어 안도 바깥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기가 응집되어 지구, 해, 달, 별들을 이룬다고 설명하고지구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회전하면서 허공에 떠있기 때문에 모든 물체가지구표면에 붙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셀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수많은 은하계를 형성하고 있는데지구도 그 별들의 하나일 뿐이라 하고 다른 별들에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우주인설(우주인설)을제기했다.
물론 지구는 무겁기 때문에 자전만 할 뿐 공전은 않는다고 한 담헌의 지동설은 그보다 2백년 앞서코페르니쿠스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함께 주장한사실을 생각할 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며, 또 당시 뉴턴의 만유인력설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해도 물체가 지구표면에 붙어 있는 이유의 설명은 오늘의 과학상식으로 봐도 조잡해 보인다.
그러나 당시 중국, 일본등 모든 나라가 천문학등 과학지식을 서양신부들로부터 배우고, 신부들은 한역서에서 지전설이나 지동설을 소개하면서도 천동설을 지지하는 천주교 교리상 그런설이 있다는 정도로 부정적으로 기록함으로써 대부분의 동양지식인들이 천동설의 우주관에 머물러 있을때 지전설이이치에 합당하다고 생각, 과감히 지전설을 주장한 점을 감안하면 탁견이며실학정신의 발로가 아닐수 없다.
특히 그의 무한우주론과 우주생성물질로서의 기(기)의 개념은 우리나라는물론 동양의 과학사나 사상사에 독보적 위치를 지닌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동경대학 소천(소천청구)교수는 "담헌의 우주무한체계는 가슴을 탁트이게하는 동아시아적 지식의 유산"이라고 평한바 있다.
그리고 담헌은 양(양)은 화(화)에 근본하고 음(음)은 지(지)에 근본하는것으로 천지(천지)사이에 음양 이기(이기)가 있어 밤낮이 생기고 날씨가 변한다고 생각하는 관념적인 음양설을 부인하고, 물질의 근원에 대해서도 화·수·목·금·토(화·수·목·금·토) 오행설(오행설)은 옛사람이 억지로 만든 것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주장, 음양오행설을 부정했다.그는 우주에 충만한 것은 오직 기(기)뿐이고 그 기가 태양의 화(화)와 땅의 수토(수토)와 결합, 만물이 생성한다는 기화설(기화설)을 주장하고, 그의이러한 근대적 과학 사상을 심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집에 톱니바퀴시계인 '혼천의'(혼천의) 해와 별을 측정하는 '측관의'(측관의)등 여러가지 천문기구를 설치한 농수각(농수각)을 만들어놓고 우주를 관측하기도 했다.한편 지난 75년 담헌보다 한세대 앞인 김석문(김석문)의 '역학이십사도해'가 발견됨으로써 김석문이 담헌보다 한발 앞서 지전설을 주장한 것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과학사에서 홍대용의 독창적이고 선구자적 위치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최종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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