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식요청 못하는 북사정

요즘 북한의 지도자들은 심각한 고민에빠져 있는 것 같다. 지난 7월 8월집중호우로 입은 수해복구를 위해선 한 핏줄이자 이웃으로 이마를 맞대고 있는 우리에게 SOS신호를 보내야 하나 '도와 달라'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북한의 김정일은 우리 한국의 쌀 15만t을 무상으로 받으면서도 지원국의국적 표시를 굳이 마다한 것은 북한 주민들을 기만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1백년만의 최대규모인 폭우피해를 수습하기 위해선 무상 유상을 가릴 것 없이 세계각국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선뜻 우리에게만 손을 벌리지 못하는 까닭은 그동안 남한을 비방하고 저주한 것이 일순에 들통날 것을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기본정책은 '친미 접일 배한'이란 기조아래서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 핵을 구사하면서도 이 원칙은 벗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 한국은 북한이 볼때 '주적'이기 때문에 마땅히 경계해야 하고 그들의 대남정책대로 '배한'해야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대로 5백20만 이재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수 있게 입히고 먹이려면유엔을 비롯하여 국제 적십자사와기타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구호활동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우리가 보내는 국적표시가 되어 있는 쌀과 구호품은 받아 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지난번 쌀 수송선 시 아펙스호에 인공기를 게양하게 한 것도, 또 수송선삼선 비너스호의 선원에게 정탐혐의를 뒤집어 씌워 억류한 것도 그들이 북한주민들에게 무엇인가를 변명하고설득하기 위해 저지른 것으로 설명될 수도있다.

북한은 우리가 공식요청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북경회담시 북측대표단장인전금철이나, 나아가 노동당 대남비서인 김용순의 이름으로 수해복구 지원요청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12일 제네바주재 북한대사 이철이 유엔기구회의에서 한국 외교관을 포함한 세계 40여개국 외교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1백년만의 대수재를 당했으니 무상이든 연불상환조건이든 다 좋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북한의 고민은 심각하다. 방금 당한 수해복구도 풀기 어려운 난제려니와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식량난도 북한 주민들의 불만원인이다. 게다가 김일성사망후 북한의 장래를 낙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조총련 교포들이 대거 우리쪽으로 전향하고 있는 것도 북한으로선 참을수 없는 고통인 것 같다.북한은 수재이후 군부이탈과 민심이반을 우려하여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이례적으로 김정일이 비무장지대 최전방 초소를 방문하는등 체제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세상의 원리가 감추고 싶은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발없는 말이 천리가듯 북한주민들도 그들이 당하고 있는 실상을 통해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지도자들은 솔직하게 털어놓고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인민을 보호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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