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삼재총장 발언여파

9일 민자당이 비자금정국이후 처음으로 '무차별 폭로전'에 가세했다.연일 계속되는 야당의 폭로공세에 '검찰에서 한점 의혹없이 진상을 밝힐것을 기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수세적 입장을 취하던 민자당의 이같은전술변화는 여러가지 점에서 향후의 정국대응을 예측하게 한다.우선 민자당은 비록 '설'이라는 안전핀을 쓰기는 했지만 DJ공격의 총대를강삼재사무총장에게 메게 했다. 강총장은 9일 오전 고위당직자회의 이전에이미 기자간담회를 예고했고 회의후 준비된 자료를 들고 기자들을 만났다.강총장은 특유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어법으로 속사포를 쏘았다. 비록 '설'이라고 전제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집권당의 사무총장이 말하기에는 적정수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때문에 그야말로 '설'로만 끝난다면 당과 강총장이 입을 상처가 만만찮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민자당이비자금정국을 전면전으로 끌고 갈 것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민자당이 수세에서 공세로 입장을 전환한 데는 국민회의가 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물고 늘어지며 장외투쟁 확전전략을 세운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김영삼대통령이 이미 '내손으로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천명했음에도불구하고 국민의 의혹이증폭되고 국민회의가 촉매를 가하자 민자당이 맞불작전으로돌아선 것이다. 더 이상 '뇌관'에 접근하지 말라는 무력시위일 수도있다.

이날 강총장의 발언에대해 국민회의가 망언이라고 반박하자 민자당은 즉각 논평을 냈다. 손학규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회의는 우리 정치지도자들 중에 김대중총재만큼 돈과 관련해 시비가 끊이지 않는 정치인도 드물다는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DJ가 정치자금시비에 관한 한 최고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또 "김대통령을 모함하고 짜맞추기 검찰수사라며 비난하는 것은 더 많은허물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잔꾀"라고 꼬집었다.

이날 한 당직자가 "대선자금과 관련해 강경대응이 앞으로 또 나올 수도 있을것"이라고 말해 민자당의 공세적 입장이 확고함을 비쳤다.강삼재민자당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국민회의는 한마디로 격앙된 분위기다. 지금까지 여권에서 나온 국민회의 압박용으로는 가장 강한 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전대통령으로 부터 2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김총재에게부담이었지만 이날 강총장의 5공청산과정과 중간평가유보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인 표정이다. 충격이 큰 만큼 반발도 거셌다.

국민회의의 분위기는 이대로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민자당과 청와대에 대한 분노일색이었다. "×도 하지 않는 소리"같은격렬한 용어도 등장했다. 국민회의는 강총장의 발언이 청와대와 치밀한 의견조율 끝에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강총장이 미리 발언원고를 준비한 것이나의도적으로 기자들과의 간담회를자청한 것등은 다분히 계산된 행위라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또 강총장의 발언이 대선자금내역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의 압력과 김종필자민련총재의 '천문학적' 대선자금 관련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난국타개용으로 꺼낸 정치공작성의 비열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박지원대변인은 이날 3당통합과정에서 돈을 받았다는 강총장의 주장에 대해 "김대통령이 돈을 받았기에 도둑이 제발저린 격으로 잘못 짚은 것"이라며"그때 받은 돈의 액수나 밝혀라"고 했다. 같이 야당을 했던 김대통령을 끌어들인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박대변인은 "동화은행비자금 사건때 노씨의 비자금을파악했음에도 이를 은폐한것은 오히려 정부여당이었다"며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남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심보"라고 공박했다.〈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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