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95-경수로협정 타결… "개방 물꼬"

북한은 김정일 집권이후 '폐쇄와 고립, 은둔의 나라'라는 고정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국 일본 등서구와의 관계 개선 및 경제교류에 주력, 실리주의외교활동을 펼쳤다.반면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 및 중국과는 어느정도 진통을 겪어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남한과는 경제등 민간부문의 교류를 꾀하는 한편지난해김일성 사망이후 지속해온 당국 배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북한 외교의 가장 큰 사건은 지난 12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대북(대북) 경수로공급협정을 전격 타결한 것. 지난해 10월 북·미 제네바 핵협상 타결후 1년2개월만에, 지난 6월 콸라룸푸르에서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형을 수용한지 6개월만의 진전이지만 북한의 점진적인 개방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지난해 10월21일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의 발효는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중유 1차분 5만t이 1월14일 북한선봉항에 도착한데 이어 미국이 통신 여행 언론 금융거래 무역분야에서 제재를 완화한 것이다. 북한도 이에 앞서 1월 중순부터 미국 상품의 반입 제한과 미국선박의 북한 항구 입항금지조치를 해제했다.

미국의 무역완화조치는 북한의 자산 동결 해제, 거래청산시 미국은행 이용허용, 여행에서 신용카드 사용 허용 등이 주내용. 이로써 1950년 제정된 미국의'적성국 교역법'과 그 시행령인 '외국자산통제규정'에 따라 금지됐던 양측간 무역거래가 부분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화해분위기를 타고 지난해 12월 외교부 미주담당 부국장 박석균이첫테이프를 끊은 이후 올해들어 12개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했다.일본과의 수교문제 역시 상당한 진전을 보여 지난 3월 일본 연립여당대표단을 인솔하고 평양을 방문한 전부총리 겸 외상 와타나베 미치오와 노동당을대표한 비서 김용순은 양국간 수교 재개 합의서에 서명했다.북한은 올해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동구지역의 대사관 12곳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곳의 공관 운영비를 미국 일본 독일 등 서방지역과 동남아지역으로 돌리려는 실리외교의 한 측면으로 관측되고 있다.북한은 이같이 대서방외교에서 부분적인 성과를 거뒀으나 전통적 우방인러시아·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진통을 겪은게 사실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9월 7일 "96년 9월 10일 효력이 만료되는 '러·조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북측에 통보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로 냉전시대 구소련과 북한을 사회주의 맹방으로긴밀히 묶어놓았던 법적 근거가 공식적으로 청산됐으며, 이에 따라 양측은쌍방간의 사회문화·경제교류협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조약을 마련중이다.중국 국가주석 강택민은 지난 11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앞으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이념보다는 독립자주원칙에 따라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중국의 노선변화는 당장 중·북 우호관계에 손상을 주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중·조 혈맹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될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북한 사이에는 우성호 납북, 안승운목사 납치, 무장간첩 남파 등김일성 사망이후 조성됐던 적대분위기가 지속됐으나 북한은 나진· 선봉지대에 대한 남한기업의 투자 유치에 나서는 등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에 적극적인태도를 보여 '당국 배제, 민간 접촉' 방침을 재확인했다.〈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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