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 양지바른 뜰에 개나리가 한창이다.
담건너편 옛러시아 공관쪽에서 바라보면 담황색 지붕과 노란 개나라기 한결 따사롭게 어울려보이 는 고궁의 봄뜰에 졸음이 오는듯한 고요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개나리가 농염스레 활짝 피어난 요며칠부터는 새벽 어둠을 어지러이 헤집던 차들의 불빛 이 걷혀지고 아침햇살이 내릴때 쯤이면 벌써 고궁의 고요가 깨지기 시작한다. 오전부터 면사포를 쓴 새신부들의 스냅사진 샷터소리가 고궁의 정적을 깨뜨리는 것이다. 적게는 예닐곱쌍, 많은날에는 열서넛쌍의 면사포부대들이 한꺼번에 근정전 뜰과 개나리핀 돌담 주변을 박꽃이 핀듯 하얗게 누비고 다니는 모습에서 결혼시즌이 한창임을 새삼 실감한다. 모두다 이세상 행복이 온통 저들것인양 사랑스럽고 밝은 얼굴이다. 그들의 앳되고 아름다운 모습 을 보면서 복스럽다는 생각과함께 불쑥 이런 말도 던져주고 싶어진다. 좋지? 암 좋아서 미칠거다 그렇지만 어디 한번 살아봐라!
인생이란게 면사포쓰고 개나리 꽃밭에서 사진 찍던 시절의 감정과 팔자가 은혼식때까지 변함없이 간다면 이세상문학과 음악작품의 절반쯤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거의 틀림없이 덕수궁 봄뜰을 거닐고간 수많은 행복해 보인 커플중에서 시작부터 크고 작은 갈등과 남모를 고민을 카메라앞의 미소속에 감춘채 출발한 쌍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게중에는 장남이라는 이유 하나때문에 함진아비가 신부집에 들어서는 날까지 소리없는 갈등과 번 민을 겪었을 우울한 신랑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장남!
말로는 요즘 누가 자식하고 사느냐고 세상이 바뀐것처럼 말하면서도 막상 대부분의 딸가진 집안 에선 남의집 귀한 딸은 맏며느리로 데려오면서도 자기네 딸은 남의 집 장남에게 주기를 꺼리는 애사랑수준을 못벗고 있다.
덕수궁의 면사포 풍경을 보면서 과연 장남은 내딸 주기엔 아까운 존재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장남이 막내보다는 책임감과 포용력, 인내심이 더 강하다고들 말한다. 실제 장남의 능력이 우수하다는 객관적인 조사자료도 나온적이 있다. 미국 우주비행사의 대부분이 장남출신이었고 하버드 대학원생의 대다수가 장남이라는 통계 같은 것들이다.
딸을 맡길 남자에게 책임감과 포용력, 인내심 그 세가지 보다 더 중요하고 꼭 필요한 조건은 없 다.
시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따위의 비도덕적 이기심을 배제한다면 결코 장남이라는 조건이 딸을 주기에 불안하고 꺼려질 요소는 못되는 것이다.
물론 차남이나 막내라고 해서 책임감이나 포용력에서 다 장남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서에서도 장남을 뛰어넘는 선택된 차남은 숱하게 등장한다.
야곱의 열두아들중에도 가장 크게 기용된것은 열한번째인 요셉이었고 이삭의 여러아들중 왕으로 뽑힌자는 막내인 다윗이었으며 다윗의 후계자 역시 막내아들인 솔로몬이 뽑혔다. 그들은 장남이 아니면서도 장남의 위상을 물려받고 또한 장남의 역할과 책무를 다했다. 최근 우리 상속법도 균분제로 바뀌면서 장남에게는 유산몫에서 과거보다 불리해졌다. 차남이든 딸이든 상속의 권리가 공평하게 분배된다는 사실은 부모님 봉양의 책임도 균분해 나눠 가짐을 뜻한다.
그러나 아직 부모님은 장남이 모셔야 한다는 관념적인 의무기준은 크게 변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권리만 균분하고 책임은 여전히 장남쪽으로 상당부분 미뤄버리는 쪽이다. 때로 차남이 부모님을 모시면서 장남 역할을 떠맡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요즘 장남이면서 제사도 차남에게 넘겨놓고 부모님도 떠맡겨두게된 장남을 차남급 장남이라고 하 고 장남이 아니면서 부모님을 모시거나 제사를 맡은 차남을 장남급 차남이라 부른다. 집안 사정이야 누구나 다 있겠지만 자식은 어디까지나 장남급이 되는게 더 복받는 삶을 사는 것 이다. 이해가 쉽지 않겠지만 그것도 살아보면 안다
부모님을 장남차남 막내 할것없이 서로 먼저 모시겠다고 다퉈나선다면 모두가 장남급 자식들이 다.
장남급자식들이 많은 그런 집안이야말로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리는 집안이 안될 수 없을 것이다. 4월의 원앙들에게 축복과함께 장남급 자식의 도리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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