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느 정치부기자의 고백에서

몇년전 세계 헤비급 통합 챔피언이었던 핵주먹 타이슨이 한경기에서 단46번의 펀치를 휘두르고 KO승, 35억원을 번적이 있었다. 한 펀치당 7천6백만원을 번셈이다.

요즘 한국 국회의원들도 몸싸움 한두번만 하고 7백5십여만원의 세비와 각종 수당등을 벌고 있다. 돈몫으로 치면 타이슨 펀치값의 십분의 일 밖에 안되지만 5선(選)이상쯤 되는 중진급 의원들은 멀찌감치서 점잖만 빼고 않아 있어도 서민 근로자 1년치 벌이를 간단히 챙길수 있으니까 손가락 하나 까닥 않고 7백50만원 버는 한국 국회의원 수입이 크면 컸지 적은게 아닌 셈이다. 실제 지난주 신한국당은 단상점거로 의장선출을 시도했을때 5선이상 중진 의원은 체통도 있고 나 이도 있으니 그냥 앉아 있고 5선이하 초선급들만 단상점거에 나서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그러나 차마 점거조에 나서기가 낯받히는 어느 대구출신 의원은 돌격조 면제를 받은 5선급도 아 니면서 자리에 앉아 버티다가 당신은 왜 안나가느냐 고 다그치자 나도 오선이야 대구사람들이 잘못뽑은 오선(誤選)! 말이야 라며 뼈있는 농담으로 어물쩍 넘어 가기도 했다. 말싸움, 몸싸움으로 지새는 국회답게 한국의회의 의원 세비항목 중엔 체력단련비 란게 있다. 2월과8월, 5월과11월 네차례에 걸쳐 월급여의 2백50%%를 준다. 의정활동, 정책연구, 지역구 활동등 을 왕성하게 하라고 주는 건강관리비일것 같은데 체력길러서 허튼 몸싸움이나 하고 있는 꼴이다. 캐캐묵은 의원세비 시비를 새삼 곱씹는 것은 특정집단이 일은 안하고 놀고 먹는게 배아파서가 아 니다.

신한국, 새정치, 세계화, 문민정치, 갖가지 그럴듯한 구호를 다갖다 붙이고도 조금도 새롭게 변하 거나 세계화된 구석이 없는 낡은 정치의 모습을 보면서 이래도 계속 정치판이 존재해야 하고 언 론은 허구한 날 하루3~4면씩 쓰잘데 없어 뵈는 정치기사만 쏟아내고 있는 것이 과연 제대로된 상 황인가에 대한 회의와 배신감이 일어선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을 꼴보기 싫어한다. 신문들이 아까운 지면을 온통 정치기사로 채우는 것도 탐탁찮게 여긴다.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며칠전 정치판에서 6년넘게 정치부 기자노릇을 하는 엘리트 후배기자 한명이 비기사용(非記事用) 으로 썼으니 한번 읽어 봐주면 좋겠다며 놓고간 정치기자 고백과 같은 원고 에서도 정치판과 언 론의 구부러진 모습이 공감되는 바 컸다.

그 정치부 젊은 기자의 자성적 비판은 정치혐오뿐 아니라 언론 스스로의 정치적 오염을 비판하고 있었다. 요즘의 신문 정치면들은 넓은 지면을 채우려 들다보니 시시콜콜 정치판의 뒷얘기와 말꼬 리 시비까지 그야말로 대서특필한다.

언론이 생산적인 정치활동을 돕는게 아니라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정치불신을 부채질 해대는 존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지면채우기 경쟁에 허덕이다 보니 깊이있는 심층보도가 약해지고 이신문 저신문 개성이 있을리 없다.

대문앞, 아파트 입구에 무더기로 쌓이는 공짜신문이 쓰레기처럼 보이는 판에 내용조차 쓰레기 같은 정치판 이야기만 잔뜩 실리는 듯한 불신이 날이 갈수록 커져 간다는 것이다. 정치기사를 남발하면서도 정작 권력 핵심부는 쉬 건드리지 않는다는 자기비판도 있었다. 고위급 실세들을 잘못 건드리면 다음 정보를 흘려주지 않기 때문이란 거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언론들이 정치면을 줄이기 시작했다. 금주부터 정치면 축소와 정치관련 기사 감축,그리고 시시콜콜한 가십기사는 아예 없애버리는 분위기가 신문사마다 번져가고 있다. 옳은 결단인것 같긴 한데 갑자기 똑같이 너도나도 축소 삭제쪽으로 가니까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기 도 한다. 인기없는 정치권일수록 정치면이 넓고 기사량이 많을 경우 덕볼게 없다. 정치권이 은근히 권해서인지 언론 스스로 시답잖은 정치권 얘기를 버리고 줄이겠다고 나선건지 불분명 하지만 국민들이나 독자들로서는 굳이 싫을 것도 없다.

다만 정치부기자의 고백처럼 워낙 구부러진 정치권이기에 그들의 흠집을 은폐하고 축소시키기 위 해서 정치지면을 갑자기 축소 폐지시키는 역 언론플레이에 언론쪽이 말려든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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