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없는 흥청망청-과소비

"집도...車도...[大型病]중증"

보험회사 영업소장인 이모씨(32)는 12일 오후 사무실 창밖으로 외제차가 지나가는 걸 내다보다가최근 직장동료들과 가진 술좌석에서의 화제가 떠올라 쓴 웃음을 지었다.

당시 술이 얼큰해진 동료들은 요즘 과소비현상이 만연해 국가경제를 망치고 있다며 일부 재력가들의 외제 대형차 구입, 호화아파트 거주등 과소비 행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었다.그러나 비난을 퍼붓는 동료들과 자신도 막상 실생활에는 자신들의 수입을 능가하는 과소비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직장생활 6년째로 접어드는 이씨와 그의 동료들은 보너스 포함 월급 2백40만원으로 연봉이 2천8백여만원에 달한다. 방 2~3개의 전셋집에 살면서도 절반이상이 쏘나타Ⅱ나 크레도스등 중형차를소유하고 있으며 할부금포함 차량유지비로 한달에 50만~6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또 화왕 킹사이즈 로 표현되는 1백만원대의 29인치TV를 보고 큰 침대에서 잠을 잔다.이씨는 냉장고도 부모세대가 쓰던 2백~3백ℓ짜리는 냉장공간이 비좁게 느껴져 5백ℓ짜리를 쓰며세탁기도 예전의 일반적 크기였던 6~7㎏보다 큰 8.5~9.5㎏짜리를 사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자동차회사 판매사원인 박모씨(33)는 자신이 근무하는 영업소에서 한달 평균 60여대의 차를 팔며이중 10%%가 자신의 소득수준에 비해 비싼 차를 구입하거나 이웃의 고급차종 소유에 자극받아 구입하는 경우라고 풀이한다.

반야월종합자동차시장의 경우 현재 매물로 나온 7백50여대의 차량중 10%%가 출고된지 1년도 안된신형 중고차 이며 이중 상당수 소유주가 쏘나타Ⅱ등 중형차를 내놓고 그보다 더 큰 차를 구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제차 볼보대구경북총판매점은 올초 매월 11~12대의 차를 팔던 것이 지난달의 경우 15대로 늘었으며 가격은 3천만~5천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최근 출고된 7천만~8천만원대의 신차종에 대해 구입의사를 밝히는 문의전화도 7~8건씩 걸려오고 있다.

대형가전제품 판매점인 대구시 중구대신동 ㅅ소리사의 경우 20인치이하 TV,3백ℓ이하 냉장고등은 구입자가 거의 없어 구색을 맞추기위해 전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2억~3억원대의 70~80평대 대형아파트가 분양되기도 전에 사전예약률이50%를 넘는가 하면 여러개의 신용카드를 이용, 마구잡이로 현금대출을 하면서 다른 카드를 이용,빚을 번갈아 갚다가 파산하는 봉급생활자들도 주위에서 심심치않게 볼수 있다.박씨는 관련업체의 새로운 판매활로 전략에 따라 자가용, TV등 제품이 대형화되면서 매체광고를 통해 소비의식이 조장되고 있는 측면도 없지않으나 소비자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과소비풍조가 당연시되고 있다 고 말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라는 말로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사회에선 이미 작은 것이 아름답다 는의식이 사회적인 풍조로 자리잡힌지 오래이다.

일본의 국가면적은 한반도의 1.5배 이상 크기이나 1억2천만명의 인구가 거대도시중심의 생활을하고 있는 것은 좁은 공간을 쪼개 쓰며 살기 때문이다. 큰 회사 사장이나 중역도 20여평 아파트에 사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다수가 좁은 공간에 살고 있으므로 가구 및 가전제품도 작아야하고조립식, 다용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따라 소형제품 생산기술도 고도의 정교함과 치밀성을 자랑하게 됐으며 고기능, 고부가가치의소형라디오, 소형카메라 등 각종 소형 전자제품들이 세계적인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일본의 축소지향은 장난감같은 소형자동차, 작은 레스토랑 등에도 나타나고 있음은 물론 묘지도소형화 관례에 따라 반평도 안되는 넓이를 가족묘지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작은 것을 지향하는 일본의 기본 바탕들이 모여 이미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것이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좁은 마당에 장난감같은 인조정원을 만들어 그 속에서 우주를 발견한다고 하는 말처럼 소형화를 통해 대형화를 성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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