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木曜칼럼-世風

"9일간의 난리"

서울도심에서 벌어진 9일간의 난리 는 전쟁과도 다를바가 없었다. 총알과 폭탄이 없었을뿐 전쟁상태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용어와 행동요령이 모두 동원됐다. 한총련 학생들이 집결해 있는 연세대학교내의 시위진압과정에서는 아군과 적군의 육박전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최장의 폭력시위사태와 5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연행되는 난리속에 전경 한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도 많았다.6.25비극까지 연상

9일간의 한총련과 경찰의 대치상황을 지켜본 국민들의 졸였던 심정은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대학생을 둔 부모와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시위진압에 나선 전경 가족들의 노심초사는 엄청났을 것이다. 농성장으로 변한 연세대학교는 물론 인근 상가나 일대를 지나치는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 연세대등의 재산피해도 많았다.

시위진압과정에서 학생들과 전경들간의 대치상황은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적군 과 아군 의 개념에서 화염병과 최루탄, 돌멩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서로가 서로를 요절내기라도 할 듯한 적개심을 불태울때는 과연 이곳이 대한민국인가 하는 느낌마저 느꼈다. 학생들이 전경들을 공격하고 경찰관이 학생들에게 붙잡혀 꿇어앉아 비는 장면, 경찰관에게 난타당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때는 6.25의 비극까지도 생각케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의 폭력시위진압시 총기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보도에 국민들은 정부가 더 큰 비극을 자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정부.학교도 큰 책임

김영삼정부가 들어선후 가장 격렬했던 이번 폭력시위는 북한의 통일노선에 동조하는 일부 주사파(主思派)학생들의 배후조종하에 이에 부화뇌동한 학생들의 가세로 일어난 사태로 불법적인 폭력극좌행동에 대해서는 동정의 여지가 없다. 학생들이라고 통일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없는 것은아니다. 학생들은 남한과 북한사이의 여행금지및 접촉금지가 반통일정책이라고 하지만 북한의 적화 통일노선이 조금의 변화도 없는데 우리만 개방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이 통일을 위해 정부에자극을 준다면 충분히 현행 법 테두리내에서 시위도 하고 집회도 할수 있는 것이다.이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정부와 학교당국의 책임도 크다. 범청학련 통일축제가 이미여섯번에 걸쳐 행해졌으며 그때마다 배후에는 극렬좌경세력이 있다고 했다. 무하마드 알리 깐수(정수일)간첩사건을 필두로 북한의 조종에 의한 간첩사건도 수차례에 걸쳐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는 그때마다 국민들의 경각심과 철저한 대공수사로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발을 붙일수 없게하겠다고도 했다.

공안당국 뒷북 여전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의 발표와 대책은 헛구호인 채 한총련사태를 맞고서야 또다시 좌경세력의척결을 부르짖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학생들의 폭력시위사태를 겪으면서 공안당국이 한 일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 고위직과 정계에 많은 재야운동권출신들이 참여하면서 미지근한 태도로 학생들의 좌경세력을 키워준 것이 아니냐는 느낌마저 든다.

정부나 정치인들도 이번 한총련폭력시위사태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군부독재시절도 아닌문민정부를 자처하는 시대에 공권력을 유린하는 북한노선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면 진작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했다. 대학당국도 북한 동조세력이 아니더라도북의 실상을 모르고 동경하는 대학생들에게 북의 실상을 알리고 이들을 감싸안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폭력시위사태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북한의 노선에 따랐더라도 공산주의자는 아니라고본다. 정부나 학교당국의 노력여하에 따라 경도된 의식은 바꿀수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군사독재시절의 시위주역들이 영웅시되는 과오가 되풀이 된다면 폭력시위는 영원히 추방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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