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엊그제, 국치일(國恥日)에 티베트서 날아든 한 동포가족의 한맺힌 호소는 뜨거웠다.
티베트여인 짜상소우씨(42)는 아버지 유골을 한국땅에 묻고싶어 한다.티베트여인이 우리와 무슨 인연이 있을까. 짜상소우씨의 몸에는 한국인 피가 절반이나흐른다. 어머니는 티베트인, 아버지가 한국인이다. 올해 2월 93세로 세상을 떠난아버지는 박준의씨.
짜상소우씨의 한국이름은 박숙분(朴淑粉). 숙분씨 5남매는 최근 신근호(申根鎬.51) 한국티베트문화(대구)원 원장에게 아버지 박씨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과수구초심(首丘初心)을 들려주었다. 숙분씨가 털어놓은 아버지 박준의씨의 삶은질곡과 파란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박씨는 3세때 부모와 함께 만주 열하(熱河)로 이주했으나 이내 고아가 됐다. 아버지는 우물에 빠져 숨졌고 어머니는 박씨가 9세때 늑대에 물려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이후 술공장 잡부,목수일을 하다 16세때부터 7년동안 만주 독립군에들어가 일본군과 싸웠다. 하지만 일본군에 쫓겨 러시아로 달아났다가 일본패망후에야 만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 조선족 여인과 결혼하고 아들도 낳았지만 행복은 잠깐, 곧 중국의 국-공내전에 휘말려 중공군으로 복무해야 했다. 애지중지하던 어린 아들 준(俊)은실종됐고, 아내도 병을 얻어 숨졌다.
실의에 빠져 내몽고.신강.사천성 등을 떠돌던 박씨는 중국인민해방군이 티베트를 침공할 때 함께 티베트 라사로 들어갔다. 생계는 손에 익은 목수일과 숯을구워 해결했다. 라사에서 서른살 연하의 티베트여인과 재혼,숙분과 화(花.36.여)준(俊.30) 생(生.25) 춘(春.22) 등 5남매를 뒀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박씨를또다시 문화대혁명 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간첩으로 몰려 라사에서 쫓겨나 12년동안 거칠고 황량한 히말라야 산속에서 살아야 했다.
고향은 꼬리(한국)이고 너희들은 한국인이라고 아버지는 우리5남매에게 늘 말씀하셨어요 숙분씨 남매는 지금도 아버지가 가르쳐준 아버지 어머니 일로오보이소 라는 한국말을 기억한다. 그러나 고향이 어딘지는 잊어버렸다.
아버지는 임종때 화장을 해 압록강에 뿌려달라고 당부하셨어요. 바닷물결을따라서라도 고향에 가시겠다는 것이지요 숙분씨 5남매는 신원장의 옷자락을붙들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고 한다.
흰머리,흰수염을 휘날리는 아버지가 어제도 꿈에 나타나 난 고향에 가야한다고 했어요. 제발 아버지 소원을 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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