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기당한 賃金 익명독지가 '선뜻'

"60代조선족 앙금 턴 추석맞이"

23일 오후 3시쯤. 대구시 북구 대현동 구일공인노무사 사무실에서 생면부지의 중년 남녀가 두손을 잡고 동포애를 나눴다.

20여개월 번 돈을 사기당해 빈손으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동포 김광태씨(61.중국 요녕성심양시)의 사연(본지 21일자 27면)을 듣고 40대 주부 윤숙영씨(가명)가 매일신문사의 주선으로 김씨를 찾은 것이다.

돈을 떼인뒤 무너졌던 억장을 일일이 달랠 수는 없겠지요

수수한 옷차림의 윤씨는 하얀봉투에 넣은 수표 6백만원을 내놓으며 떼인 임금을 받았다고 생각해 달라 고 말했다.

김씨는 윤씨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다 눈물을 쏟았다. 중국의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세요 라고말하던 윤씨도 눈가에 이슬을 머금었다.

윤씨는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를 당해 병원에있던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다고만 자신을 소개했다.

30여분의 짧은 만남뒤 윤씨는 김선생님의 불운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사과드린다 며 동포들에게 고국의 좋은 기억만 전해달라 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씨는 24일 오전 7시 대한항공편으로 병마와 싸우며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을 향해 중국 심양으로 떠났다.

그는 이에 앞서 윤여사의 도움을 제외한 나머지 성금은 불우한 학생들에게 써달라 며 매일신문사를 다시 찾았다. 중국 동포의 피땀어린 돈을 가로채 수배를 받고 있는 유희균씨는 지금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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