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행(李在行) 시인(詩人)은 이제 저승에 있다이재행 시인은 영남대 병원 응급실에서 먼길을 신발도 신지 않고 총총히 서둘러 떠났다. 프로펠러가 고장난 맏딸 보경이의 장난감 비행기도 고쳐주지 못하고 떠났다. 땅바닥에 누워 하늘보고울던 아들 경욱이와 참고 또 참으며 살아온 마누라에게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유리창 얼룩지우다 끝내는 시커먼 먹물로 이 세상을 뒤집어 씌워버린 마지막 기인 이재행 시인은 떠났다.홀연히 떠나는 꽃상여가 대봉천주교회에 들어서면서 그가 살아온 날들의 그립고 지루한 상처를엮은 시인 이정우신부의 말씀에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그리고는 우리 모두 이승에서 가장 아름다운 풀잎을 흔들어 수억개나 쏟아지는 금가루로 그의 무덤을 만들었다. 이제 그는 그렇게도좋아하던 외상술도 못마시고 그저 밤비에 젖고 마른 풀잎에 맺힌 이슬이나 훑어 먹으며 목을 추겨야 한다. 어머니의 그토록 깨끗한 소망을 멍들게 하고 그저 마음내키는 대로 이 세상을 돌아누웠지만 그가 이루지 못한 모든 것은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그는 감지못할 눈을감았다. 나도 뜬구름이나 걸레조각이나 빈술병을 수레에다 가득 싣고 갈때까지 이 시인이여! 너는이름모를 하얀 풀꽃이 되어 그토록 끔찍스럽게 사랑했던 세평짜리 너의 어머님 무덤옆에 하얗게하얗게 피어나 있거라!
〈엄지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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